롯데마트가 중국 사업을 접었다. 이마트도 철수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국시장 매출이 작년보다 40%가량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3년 만에 1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모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라는 정치·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경제제재를 꺼내 들었고 그 압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그것뿐일까. 중국의 경제보복이 온전히 사드 탓일까.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드 갈등에 대해 줄곧 정치적 이슈로 대응했다. 많은 사람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될까. 주한미군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를 보면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최대 1000㎞이다. 발사되는 요격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8 이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차피 중국이 요격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레이더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에서 1000㎞ 반경에는 북한 전역뿐 아니라 동북 3성을 포함한 중국 일부 지역도 포함된다. 이렇게 본다면 사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 내륙의 군사기지나 중요시설을 들여다본다는 중국의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사드 레이더가 여태까지 중국이 꼭꼭 숨겨놓았던 군사기지를 새롭게 찾아내기라도 하는 걸까. 지금이 어느 때인가. 군사용 초고성능 정찰위성이 지상의 0.1ｍ 물체까지 식별하는 시대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위성이 얼굴까지 구별할 정도다. 이런 미국의 정찰위성들이 중국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반경 1000㎞의 사드 레이더가 그렇게 큰 효용 가치를 지닐까. 레이더가 닿는 지역은 중국의 극히 일부다. 중국이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지 싶다. 속셈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닐까.

사드 보복이 중국에도 손해라는 건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또 한국에서 퍼지고 있는 반중 감정은 중국에도 결코 유리할 게 없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사드 보복에 나선 중국의 계산은 뭘까. 아마도 경제적 요인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한국과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강력하게 경쟁하는 사이다. 우리가 ‘대륙의 실수’라고 낮춰보던 샤오미나 화웨이 하이얼 등 IT·가전 분야 기업은 삼성·LG 등 한국 기업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들은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들은 인도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것은 1992년이다. 그때만 해도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후 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양국 모두 재미를 봤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중국은 한국의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과 소재를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서로 상생하는 ‘윈-윈 관계’였다.

그랬던 양국 교역 환경이 중국의 기술력 발전으로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다. 상호보완적인 경제 관계가 경쟁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 기회의 땅이 아니다. 도전하고 이겨내야 할 시장이 됐다.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세계 시장에서 도전장을 던진 지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를 배치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일 수도 있다. 사드를 핑계 삼아 한국상품과 한국기업들을 압박하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선 것 아닐까.

신임 노영민 주중대사는 부임 길에 베이징에서 “사드 문제는 정치 및 외교적인 설명이 중요하며 기술적 확인 역시 필요하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차원에서 배치됐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 측에 진정성 있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뭘 한참 잘못 짚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해결될 갈등이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 제기조차 않고 있다. 한반도의 민감한 안보상황과 한중 통화스와프 등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많은 점을 고려했겠지만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건 아닌지. 이제 사드 문제를 경제적 시각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국 갈등이 생각보다 오래 갈 수도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살필 필요가 있다.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