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만나게 되는 인간의 고통과 갈등의 문제, 인간으로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이룬 철학자로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의 장자를 꼽는다. 그가 말하는 ‘참사람’이란, ‘뭘 이루겠다는 성공의 환상을 벗어난 사람, 순리를 거슬러 억지를 부리지 않으며 평상의 자연에 자신을 온전히 맡겨 천지 만물과 하나 되는 밝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유대교 랍비인 해럴드 쿠쉬너의 저서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는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두 가지 욕구, 즉 착한 사람으로 살려는 욕구와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 사이의 갈등과 통합에 초점을 둔 이야기다. 쿠쉬너는 우리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되려는 바람과 세상에 무엇인가 기여하는 사람이 되려는 바람을 지니고 이 두 가지 바람이 잘 조화된 상태를 통합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제롬 케이건 박사는 ‘우리를 유혹하는 세 가지 욕망’에서 두 살인 아이도 자신의 행동을 옳고 그르다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자기를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인간의 자아가 윤리적으로 훌륭하다고 믿으려는 욕망은 보편적인 것”이라 했다.
최근 여러 가지 일로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책 읽기를 통하여 길을 찾고자 모처럼 갖게 된 긴 연휴기간 책 읽기로 보냈다. 독서를 통하여 편견과 좁은 안목으로 타인의 행동을 섣부르게 판단하고 분석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나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는 욕구와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상충될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쿠쉬너는 인간행동의 속성과 행동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양한 작품과 인물을 통해 폭넓게 예시하고, 심리학자들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이 다 착할 때도 있고 잘못 할 때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행동 선택을 다르게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선량함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일수록 착하다는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 인간관계에 관한 성찰은 모두 한 길에서 만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지닌 최대의 자산은 좋은 인간관계, 즉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잭 니컬슨이 열연한 주인공 멜빈 유달은 정신의학책에서 말하는 대로 본다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강박신경증 환자이다. 영화의 첫 부분부터 분명한 것은 그가 만족할 만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강박과 충동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그가 좌절을 느낄 때마다 곧바로 선택하는 분노를 억제하기 위한 시도이다. 만약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그가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나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그는 다른 것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혼자서는 산을 옮길 수도 어떤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없다. 그러나 선량한 사람으로 살며 선한 일을 함으로써, 우리는 선량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세상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한다면.
세상에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가? 우리가 이룬 업적 때문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물론 사랑이 우리가 직면하게 될 고통과 죽음, 상실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랑은 고통을 더 잘 인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국 선량함과 사랑만이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의미이다.
우정은 어떤 생물학적인 목적이나 경제적인 지위를 요구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개선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지니지 않는다. 새로운 친구는 한 사람이 새로운 눈과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스스로 재정립하도록 한다. 단점은 강점으로 개선하고, 자기에 대한 회의는 자기 수용으로 향상될 수 있다. 새롭게 변화하도록 격려하는 데 친구는 큰 힘을 발휘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저자와의 우정을 쌓고 나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부산대병원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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