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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달빛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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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부주의 달을/규방에서 홀로 보겠지/멀리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은/구름 같은 머릿결이 향기로운 안개에 젖어 있고/맑은 달빛에 옥 같은 팔 시리겠지/언제쯤 얇은 휘장에 기대어 있는/눈물 마른 두 사람을 함께 비출 것인가’. 756년 가을,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가 쓴 시다. 그는 당시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부주(현 섬서성 부현)에 남겨두고 현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숙종이 머물던 영무로 가다 안록산 반란군에 붙잡혀 장안에 유폐돼 있었다. 가족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지만 부주로 갈 방도가 없어 애를 태우던 시기였다. 메아리 없는 독백일 따름이나 가족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대상은 달뿐이었다. 천하를 고루 비추는 달은 장안의 두보와 부주의 가족을 이어주는 심리적 매개체인 셈이다.

   
두보보다 한 세대 앞서 태어난 당 현종조의 명재상 장구령에게도 달은 그랬다. ‘바다 위로 밝은 달 떠오르니/하늘 끝에서 이 시간 함께 보냈지/정인은 긴 밤을 원망하면서/밤새도록 그리움에 잠 못 드누나/등불을 끄니 가득한 달빛 사랑스럽네/옷을 걸치니 이슬에 젖음을 깨닫겠네/두 손 담아 그대에게 드릴 수 없으니/잠자리로 돌아가 아름다운 기약 꿈꾸리라’. 간신들의 참소로 장사에 유배돼 쓴 시다. 그는 달빛을 두 손에 담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장구령의 정인 역시 달을 보며 그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일 년 중 밝은 달 오늘 밤이 제일이라/인생이란 운명을 따를 뿐 다른 무엇 있으리오/있는 술 마시잖고 밝은 달을 어이 하리’. 황제에게 간언하다 지방으로 좌천된 한유는 팔월보름달 시를 써 같은 처지의 친구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로부터 1200여 년 흐른 오늘날도 달은 여전히 외로운 사람들의 변함없는 친구 노릇을 한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미혼남녀의 절반이 올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청년실업난이 주요 원인이다. 그들의 몸은 비록 객지에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달빛을 타고 고향의 가족 곁으로 달려가리라 믿는다. ‘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중략)/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둥글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인용하며 국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했다. 이 마음이 북녘 동포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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