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무엇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까?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를 것이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의미 역시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근본적으로 즐겁게 산다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만큼은 쉽게 답할 수 없겠다. 여기서부터는 물질적·육체적·정신적 부분까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17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는 2014년 취업 준비하던 한 복학생의 손에서 탄생했다. 여행을 좋아했던 조준기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지의 정보를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이후 자발적인 커뮤니티 참여자들에 의해 전체의 약 70%에 해당하는 고퀄리티의 콘텐츠가 재생산되면서 여행사들이 운영하는 페이지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무료 항공권과 같은 금전적 보상을 통해 참여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했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저자인 네덜란드 사학자 호이징하는 놀이와 노동을 목적과 수단이 분리되거나 결합하는 차이로 보았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에게 모래를 옮기는 것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지만, 놀이를 위해 모래성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그 자체가 수단이며 목적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수단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일은 하루하루의 고단함을 견뎌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 목적을 찾을 수 있을 때 그 일은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가 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과 선택들에는 즐거움이 따르지 않는다. 진심으로,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최근 기업의 가치, 규범과 같은 인지적 문화를 넘어 기업 내 정서적 문화를 개선하여 조직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들은 업무 과정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끌어낼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올바르게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즐거움과 같은 조직원들의 긍정적 정서가 참여도 창의성뿐 아니라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은 “즐거운 소통으로 조직을 리셋하라!”는 교육을 통해 즐거운 조직문화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까지 했다. 해당 교육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즐겁게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까지도 즐겁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의 즐거움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버진 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도 “일하는 사람이 재미있어 해야 그 일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즐거움을 통한 자발적 참여와 업무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자사 브랜드 ‘비트로’는 매년 많은 엘리트 및 동호인을 지원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동호인 상위 랭커로 이루어진 ‘비트로 테니스팀’은 매월 1회 ‘재능기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교사부터 자영업자, 교향악단원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생업이 있음에도 이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대학교 테니스 동아리를 찾아다니며 매월 1회 재능기부를 한다. 월차를 내고 한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기술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심지어 대학교 코트가 여의치 않아 재능기부가 힘들면 팀원들이 사비를 걷어서 인근 코트를 빌려서 진행하기도 한다.

왜 저들은 본인의 시간과 경비를 쓰면서 재능기부에 열심인 것일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비트로가 지원해 주니 재능기부를 하세요”라고 한 적도 없다. 자발적으로 대학교 동아리 임원진을 만나가며, 기부할 대학교를 정하고, 모두 같은 시간에 거의 빠지지 않고 함께한다.

비트로 팀은 재능기부를 마치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대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을까? 학생들의 열정을 보고 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단다. 그들의 즐거움은 거기서 오는 것 같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고맙다는 학생들의 한마디에서 오는 뿌듯함과 남모를 행복.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도 더한 기쁨을 느낀단다.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든 비트로 팀의 재능기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회공헌 코스프레가 아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같이 모여 테니스를 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땀을 흘리니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즐거움을 찾은 듯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즐거움을 찾았다. 즐거움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학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