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한 달,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여중생 폭행 사건이 잇따랐다. 그런가 하면 서울 강서구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찬반 논란이 불거져 아직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많은 미디어와 전문가가 다양한 기사와 의견을 내놓으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와 일반 시민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며 숙제를 남기고 있다.

현재 전국적인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 및 사법부에 소년법 폐지 청원 운동이 벌어지면서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데 사법부 등은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찬성론자들은 청소년 범죄의 수위와 재범률이 갈수록 높아짐에도 소년법은 처벌 수위가 낮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오히려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형량을 높이고 소년법을 폐지하여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가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소년법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청소년기는 아직 미성숙한 시기로 보호를 받아야 할 시기이며 처벌로 인해 재범이 낮아진다는 근거도 약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청소년기의 특정한 사건은 일생의 트라우마처럼 오히려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유엔의 아동권리협정과 타 법령의 형평성과 개정 등 중차대한 문제가 많아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법 개정보다는 예방과 교화에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년법 폐지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문제도 주민들이 그 자리에 국립한방병원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의 저변에는 지역 이기주의와 이해관계가 함께 얽혀 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판단이 부딪히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지역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로 타협하며 이해하고 함께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와 공동의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지표를 우리 스스로 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여중생을 자녀로 두고 있는 학부모의 한 명으로서 여중생 폭행 사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것은 곧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내 아이가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우가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그리고 학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결국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란 약자를 안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는 결국 강자의 사회, 살아남는 자의 사회, 경쟁과 투쟁으로 이기고 지키는 승자만의 세계가 될 것이다. 일등만을 원하는 사회에서 일등은 한 명이고 나머지 다수는 그 시스템에 맞춰 들러리 서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세상에 처절하게 혼자 버려지지는 않을까?

불안이 많을 때 일어난다. 불안이란 예상치 못한 상항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북핵 위기도 전쟁을 체험한 세대에게는 엄청난 공포이며,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전쟁의 무서움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북핵은 위협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특수학교는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인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장애의 문제이며 이들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방법으로 교육을 통해 일상과 사회를 배워나간다. 청소년의 비행과 폭력 등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이해와 타협과 양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것이 위대한 촛불혁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그 소수자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자에 관대하고 강자의 억압에 저항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 그런 사회가 빨리 오기를 꿈 꿔 본다.

지역아동센터 부산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