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예산 집행 투명성을 둘러싼 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핵심 간부가 작가에게 지급된 유지보수비를 빼돌렸다는 주장에 이어 이번에는 임의로 작품 기증자에게 1억 원을 재료비 명목으로 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관련 사안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고 부산시도 점검반을 편성해 회계감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니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부산 문화·예술계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부산비엔날레에 지우기 힘든 상처가 남을 수도 있어 걱정이 앞선다.

자세한 내막은 경찰 수사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조직위의 예산 집행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작품 유지보수는 대개 기증을 받은 쪽이 담당하지만 조직위는 2015년 바다미술제 당시 이례적으로 두 명의 작가에게만 직접 작업을 맡겼다. 부산비엔날레 측이 작가에게 유지보수비를 준 사례는 이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돈마저도 작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조직위의 한 간부에게 건네졌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조직위가 작품을 기증받은 뒤 모 작가에게 1억 원을 준 사실도 논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바다미술제 출품작에 지급되는 평균 비용이 점당 7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특혜시비가 일만한 금액이다. 더 심각한 사안은 거액을 지출하면서도 임원회나 총회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 달 뒤 관련 내용을 임원회 등에 보고했다지만 제대로 된 단체라면 절대 발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데도 조직위는 핵심 간부가 결정한 것이어서 예산 집행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부산 미술계에서는 그동안 부산비엔날레가 학맥과 인맥을 연결고리로 한 특정 인사들의 전횡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번에 이런 의혹들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이 일정 부분 드러난 만큼 부산시는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부산비엔날레의 운영 전반에 대해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그 이후 조직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만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 부산비엔날레를 살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