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널리 인재를 구해 알맞은 자리에 앉혀 제대로 일을 하게 한다는 뜻의 ‘인사’에서 잇달아 잡음이 나게 했고 실패를 거듭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여러 논란 끝에 지난 15일 자진 사퇴한 사례가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박성진 후보자의 사례를 보면서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깊이 들었다. 하나는 ‘인재를 구하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하는 탄식이었다. 이와 상반된 생각 또 한 가지는 ‘과연 인재 발탁의 임무를 맡은 정부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했나’ 하는 의심이다.

정치가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 요체는 인사일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이 정책-예산-인사를 둘러싼 권한을 획득하고, 뜻을 펴서, 사람들을 널리 이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 할 때, 정책과 예산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실제 움직이는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그런 뜻에서 인사는 영원히 ‘만사’다.

중국을 통일한 한나라의 초대 승상 소하는 원래 작은 시골 마을 패현의 말단 관리에서 시작했다. 인재 발탁이 낳은 기적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당나라 재상 위징은 원래 당 태종 이세민의 형제이자 정적인 이건성의 측근으로 일하던 ‘적’이었지만, 이세민이 배포 크게 신하로 받아들인 덕택에 당나라를 반석 위에 올렸다. ‘한 사람’의 중요함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는 정치 영역이나 중앙 정부 차원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으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고, 문화로 초점을 맞춰도 다를 게 없다.

부산 문화계를 비교적 오래(약 14년) 취재하면서 뼛속 깊이 느낀 점이 있다.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의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언제나 겉으로는 ‘널리 인재를 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재를 구하는 데 별 관심이 없더라는 것이다. 말이야 “인재를 널리…”로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 보면 그분들이 원하던 인재상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됐다. ‘급하게 필요한 곳에 투입할 대타형’ 또는 ‘내 말을 거스르지 않을 측근형’.

중국 고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요한 인재를 구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측근의 추천을 받는 것이 그 하나다. 이는 인재를 추천하는 측근의 경륜과 지혜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그 인재를 기용해보고 결과가 나쁘면, 추천한 측근까지 ‘목을 날리면’ 되니 아무나 추천하기는 힘들다. 결정권자가 직접 인재를 면접하는 방식이 그 두 번째다. 인재가 추천되자 군주가 직접 그를 만나 몇 날 며칠 이야기한 끝에 식견과 경륜에 크게 탄복해 중요하게 기용하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는 식의 이야기가 고사에는 수두룩하다.

위 두 가지 방식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항은 뭘까. 바로 결정권자의 안목이다. 어떤 인재가 최종으로 발탁되는가는 결국 결정권자의 결정에 달렸으므로 이 과정에서 결정권자의 안목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지역사회 또는 지역 문화계의 중요한 영역에서 ‘대타형’ ‘측근형’이 아닌 큰 인재가 단련되고 능력을 펴는 시스템이 없었다면, 이는 결정권자들의 안목 탓이다.

인재를 아끼고 인재를 발굴하려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지역사회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현실도 작용한다. 한 문화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강연 요청을 내게 하면서 ‘편하게 생각하시고 오셔서 부담 없이 강의해주시면 된다’는 말을 여전히 자주 듣는다. 그러면서 정작 수강생이 무엇을 원하고, 내게 바라는 핵심이 뭔지에 관해서는 얼버무릴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어떤 강의도 ‘편하게 생각하면서 부담 없이’ 하지 않는다. 내게는 전문가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편하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나?”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주최 측에서 해당 인사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어떤 영역을 잘 강의하는지 몰랐고,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인재를 찾기란 어렵다. 하지만 지역사회로 한정해서 봐도, 숨은 고수와 도전자들은 분명히 있는데 여전히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지역사회는 발전한다. 중앙 정부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인사에 관한 탄식과 의심도 거두기 어렵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