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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칼럼] 어떻게 평생 동안 교육을 받습니까

평생교육의 패러다임은 학습이 아닌 탐구로 전환돼야 한다

또 온 공동체가 함께하는 ‘지속교육’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14 19:28:3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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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5년쯤 전 일이다. 재직하던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개강식을 하고 있었다. 그날 원래 축사를 하게 되어있던 총장이 바쁜 일정으로 불참해 빈 시간이 생겼다. 사회를 보던 평생교육원장은 임기응변으로 강의 담당 교수들에게 ‘덕담’ 한마디씩 하라고 요청했다. 하필이면 나를 제일 먼저 지목하는 것 아닌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교단의 발언대로 갔다. 교단 뒤 벽면에는 ‘평생교육원 개강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나는 돌연 고개를 돌려 검지로 ‘평생교육’이라는 커다란 네 글자를 가리켰다. “평생교육! 이 말이 끔찍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평생 동안 교육을 받습니까!?”
   
평생교육원장은 아차 싶었을 것이고, 그 표정은 안 봐도 알 만했다.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도록 그토록 하기 싫은 공부하고 학습하고 교육받았는데, 이제 또 평생 그렇게 하라니 끔찍하지 않습니까?” 청중들은 처음에는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하더니, 이내 한 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나지막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강당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동조하는 말들도 들렸다.

하지만 교육원장을 비롯해 식장의 근엄한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교수들을 계속 어색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반전은 필수다. “그런데 여러분, 여기 현수막에 있는 ‘평생교육’이란 말은 평생 교육받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 뜻은 이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학기에 어떤 과목을 수강하든지 ‘평생 감동으로 안고 갈 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 개인적 일화에는 평생교육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 교육은 힘든 것이다. 공부와 학습은 하기 싫은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평생 해야 한다니 ‘끔찍하다’는 형용사가 아주 부적절한 과언은 아니리라. 그래도 21세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평생학습과 교육이 필수적이라니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 평생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이 진실을 잊으면 안 된다.

평생교육의 이 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평생교육을 제대로 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평생교육을 잘 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대학교에서 하는 평생교육은 각 단과대학과 대학원 교육에 덤으로 하는 교육이 아니다. 대학은 ‘대학 밖을 생각해야’ 하며 ‘사회를 교육하는 곳’이라는 의식은 21세기에 더욱 중요해졌다. 요즘에는 대학 운영자들도 그 중요성을 알아서 평생교육원 개강식에 바쁘다는 핑계로 불참하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잘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이란 말은 1960년대 유네스코에서 사용하면서 국제적 술어가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5항에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2008년 2월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원되었으며, 이후 광역지자체 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되었다. 경남은 2015년 4월에 ‘경상남도평생교육진흥원’이, 부산은 2017년 1월에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와 비교하면 교육 프로그램과 운영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아니 아직 출발선에 있는 듯하다. 이는 평생교육의 수혜자가 될 사람들이 평생교육의 중요성과 현재 교육상황의 문제점을 아직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짧은 글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구체적으로 논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두 가지 차원에서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그 하나는 ‘학습’에서 ‘탐구’로 관점의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의 열정’에 ‘참여의 향유’를 더하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평생교육은 학습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평생학습이 평생교육을 대체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그러나 교육이 곧 학습은 아니다. 그리고 학습은 언급했듯이 ‘하기 싫음’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는데, 학습의 재미 추구는 교육의 의미를 담보 잡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을 탐구(Research)와 접목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연구 또는 탐구가 전문 학자들의 소임이라는 것은 구시대의 고정관념이다.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시대에는 탐구의 과정이 자연스레 교육에 포함된다. 리서치는 쉽게 말해 ‘둘러보기’와 ‘파고들기’이다. 지식 세계의 보물찾기이다. 탐구에 익숙해지면 의미에 재미가 동반하는 경험을 맛볼 가능성이 커진다. 탐구의 관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짜면 평생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혼자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전혀 충분치 않다. ‘함께 즐겁게’ 참여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토의 방식으로만 인식되기 쉬운 세미나 방식을 다양화해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미나는 소통, 공감, 협업 능력을 키우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평생교육은 ‘함께 하는 교육’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지속교육(Continuing Education)이란 말을 선호한다. 컨티뉴(continue)의 어원에는 ‘함께 하다’라는 뜻 또한 내포돼 있다. 공동체적 관점에서 지속교육은 각 개인의 평생교육을 이어가는 의미가 있다. 각 개인은 공동체의 지속교육에 흔적을 남기며 통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평생교육’이라고 부르는 것이 삶에 부담이 되지 않고 일상에서 친근해지기 위해서도 그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철학자·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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