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졌다.” 2009년 방글라데시 출장 때 수도 다카(Dhaka)의 밤은 그랬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아릴 듯합니다.” 1941년 윤동주 하늘처럼 다카의 하늘에선 셀 수 없는 별이 쏟아져 내렸다.
다카의 낮은 3륜 자전거 릭샤(Rickshaw)가 지배한다. 50만 명이 릭샤로 생계를 꾸린다.
여성들은 아파트형 의류공장에서 일한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다. 미국과 유럽의 명품 브랜드는 다카의 여공 손에서 태어난다.
2013년 방글라데시 수출의 80%가 의류였다는 통계도 있다. 국가 경제가 선진국의 ‘하청’인 셈이다.
다국적 기업은 경제가 ‘종속된’ 방글라데시를 쥐어짠다. 절대선인 ‘원가 절감’ 요구에 안전은 뒷전이다. 올해 7월 다카 외곽의 한 의류공장에서 보일러가 폭발해 10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2013년에도 8층 규모의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1100여 명이 죽고 2500여 명이 부상당했다.
그래도 자본은 동점심을 보이지 않는다. “2013년 참혹한 사고를 겪었는데도 방글라데시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면 바지 가격은 1달러에서 9.3센트로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마크 애너 교수)도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노동자 월급은 70달러대로 제자리걸음이다.
하청 노동자가 파리목숨인 건 우리도 도긴개긴이다. 지난달 20일 STX조선해양의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숨졌다. 방폭 기능이 없는 고온의 방폭등 램프에 가연성 가스가 스며들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원청인 STX조선해양은 개당 3만~5만 원대인 방폭등의 비용을 아끼려고 1만8000원대 일반 유리로 된 방폭등을 설치했다. 환기시설도 기준 미달이어서 유기화학물질이 고농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안전·시설관리마저 외주에 맡긴 정황도 확인됐다. 모두 ‘경비절감’을 위해서였다.
죽어나는 건 하청이다. 지난해 조선소 사망자 25명 가운데 72%인 18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올해도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로 숨진 6명을 포함해 11명이 세상을 떠났다.
원청의 갑질은 산업 전반의 문제다. 부산공정거래사무소에 신고된 불공정 행위 사건은 지난 6월 18건에서 7월에는 47건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을 낀 8월에도 45건이 접수됐다. 하청이 생명줄을 내놓고 원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당장 거래가 끊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형조선소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하청사 대표는 “일이 끊겨 죽으나 공사비를 못 받아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절규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에서 일했던 마필관리사 2명도 올해 스스로 목숨을 꾾었다. 14년 차인 이현준(37)씨는 지난 6개월간 병가를 낸 팀장의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일반 말을 경주마로 변화시키기 위해 말을 직접 탔던 그는 늘어난 업무에 하루 최대 20시간까지 일했다고 한다.
말 상태의 작은 변화에도 마주와 조교사의 질책이 심한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서 머리에는 원형 탈모도 생겼다. “힘들다”는 말을 자주 내뱉던 그는 결국 지난 1일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월 국내 1호 말 마사지사인 박경근(40) 씨가 목숨을 끊은 지 두 달 만이었다.
마필관리사의 고용 구조 역시 ‘다단계 하청’에 가깝다. 마주가 자격증을 갖춘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하면 조교사는 마사회가 소유한 마굿간을 임대해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실력이 부족한 조교사는 마방 확보가 어려워지면 마필관리사부터 해고한다. 지난해 기준 마필관리사들의 산재율은 13.98%로 전국 산업 평균(0.52%)의 25배에 달했다.
지난달 19일 장례식에서 만난 박 씨의 동료들은 “하청은 침묵의 카르텔이다. 정규직은 불법파견과 사내 하청에 침묵한다”고 절규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친노동 인사가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 하나만 부탁하자. 하청 노동자도 저녁이 있는 삶. 5년간 이것 하나만 이뤄도 족하다.
“별이 쏟아졌다.” 2009년 방글라데시 출장 때 수도 다카(Dhaka)의 밤은 그랬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아릴 듯합니다.” 1941년 윤동주 하늘처럼 다카의 하늘에선 셀 수 없는 별이 쏟아져 내렸다.
다카의 낮은 3륜 자전거 릭샤(Rickshaw)가 지배한다. 50만 명이 릭샤로 생계를 꾸린다.
여성들은 아파트형 의류공장에서 일한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다. 미국과 유럽의 명품 브랜드는 다카의 여공 손에서 태어난다.
2013년 방글라데시 수출의 80%가 의류였다는 통계도 있다. 국가 경제가 선진국의 ‘하청’인 셈이다.
다국적 기업은 경제가 ‘종속된’ 방글라데시를 쥐어짠다. 절대선인 ‘원가 절감’ 요구에 안전은 뒷전이다. 올해 7월 다카 외곽의 한 의류공장에서 보일러가 폭발해 10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2013년에도 8층 규모의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1100여 명이 죽고 2500여 명이 부상당했다.
그래도 자본은 동점심을 보이지 않는다. “2013년 참혹한 사고를 겪었는데도 방글라데시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면 바지 가격은 1달러에서 9.3센트로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마크 애너 교수)도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노동자 월급은 70달러대로 제자리걸음이다.
하청 노동자가 파리목숨인 건 우리도 도긴개긴이다. 지난달 20일 STX조선해양의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숨졌다. 방폭 기능이 없는 고온의 방폭등 램프에 가연성 가스가 스며들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원청인 STX조선해양은 개당 3만~5만 원대인 방폭등의 비용을 아끼려고 1만8000원대 일반 유리로 된 방폭등을 설치했다. 환기시설도 기준 미달이어서 유기화학물질이 고농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안전·시설관리마저 외주에 맡긴 정황도 확인됐다. 모두 ‘경비절감’을 위해서였다.
죽어나는 건 하청이다. 지난해 조선소 사망자 25명 가운데 72%인 18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올해도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로 숨진 6명을 포함해 11명이 세상을 떠났다.
원청의 갑질은 산업 전반의 문제다. 부산공정거래사무소에 신고된 불공정 행위 사건은 지난 6월 18건에서 7월에는 47건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을 낀 8월에도 45건이 접수됐다. 하청이 생명줄을 내놓고 원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당장 거래가 끊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형조선소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하청사 대표는 “일이 끊겨 죽으나 공사비를 못 받아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절규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에서 일했던 마필관리사 2명도 올해 스스로 목숨을 꾾었다. 14년 차인 이현준(37)씨는 지난 6개월간 병가를 낸 팀장의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일반 말을 경주마로 변화시키기 위해 말을 직접 탔던 그는 늘어난 업무에 하루 최대 20시간까지 일했다고 한다.
말 상태의 작은 변화에도 마주와 조교사의 질책이 심한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서 머리에는 원형 탈모도 생겼다. “힘들다”는 말을 자주 내뱉던 그는 결국 지난 1일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월 국내 1호 말 마사지사인 박경근(40) 씨가 목숨을 끊은 지 두 달 만이었다.
마필관리사의 고용 구조 역시 ‘다단계 하청’에 가깝다. 마주가 자격증을 갖춘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하면 조교사는 마사회가 소유한 마굿간을 임대해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실력이 부족한 조교사는 마방 확보가 어려워지면 마필관리사부터 해고한다. 지난해 기준 마필관리사들의 산재율은 13.98%로 전국 산업 평균(0.52%)의 25배에 달했다.
지난달 19일 장례식에서 만난 박 씨의 동료들은 “하청은 침묵의 카르텔이다. 정규직은 불법파견과 사내 하청에 침묵한다”고 절규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친노동 인사가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 하나만 부탁하자. 하청 노동자도 저녁이 있는 삶. 5년간 이것 하나만 이뤄도 족하다.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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