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藝鄕), 경남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

오는 17일은 선생이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날이다. 고향 통영에서는 이를 기리기 위해 9월 한 달간 그의 일대기를 다룬 사진전의 개최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각종 프린지 공연을 통해 음악적 업적을 재조명한다. 선생이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통영의 앞바다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는 ‘윤이상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더 쉽고 친근하게 그의 음악을 해석한다.

선생은 현대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린다. 독일의 자아르브뤼켄 방송은 20세기 10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중 한 사람으로 선생을 선정했다.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은 음악 역사상 최고의 음악가 44인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그의 음악세계는 동양과 서양의 전통을 공조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화합의 세계를 추구했다. 동양의 정신을 독특한 선율로 표현해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칭송을 듣고 있다.

하지만 고국에서는 동백림사건과 연루된 이념적 논쟁에 휘말려, 결국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상처 입은 용’으로 남아 있다.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그 잔잔한 바다, 푸른 물색, 초목을 스쳐 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다. 고향에 가게 되면, 나는 고향 흙에 입을 대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선생은 생전 베를린에서 이같이 말하며 늘 통영을 그리워했다. 마지막을 예감한 선생은 1994년 일본에 와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를 먼발치서 보고 울며 돌아갔고 1995년 11월 베를린에서 영면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로 떠난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통영에서 가져간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선생을 재조명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때맞춰 통영국제음악제의 시민 서포터즈인 ‘황금파도’가 통영시의회에 ‘윤이상 이름 되찾기’ 건의서를 제출했고 시의회 기획총무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을 결정하면서 재조명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생의 친필 악보와 유품 등을 전시한 도천테마파크를 ‘윤이상기념공원 ’으로 개명하자는 것이 요지다. 2010년 3월 개장 당시 윤이상기념공원으로 하려 했으나 이념적 논쟁에 사로잡혀 제대로 이름 붙이지 못했다. 오는 11일 열릴 예정인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윤이상기념공원으로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된다.

시민들은 이와 함께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통영국제음악당도 윤이상음악당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선생의 묘소도 통영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여론까지 들끓고 있다.

통영을 찾는 국내외 음악인들은 시내 곳곳에 선생의 초상화가 내걸려 있고 그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음악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음에도 선생의 이름을 당당하게 올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선생은 통영초교와 통영고 등 지역 내 10개교 교가를 비롯해 명문인 부산고·마산고·고려대 등 수많은 교가를 작곡했다. 수많은 이가 어린 학생 때부터 세계적 작곡가가 곡을 붙인 교가를 목청껏 부르며 미래의 꿈을 키워왔다. 통영국제음악제 기간 중 선생이 작곡한 교가 부르기 대회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는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2부 부장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