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수술 후 관리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 중, 수술 후 6주까지는 부부관계를 하면 안 된다고 하니 60대 초반 여자 환자는 박수를 친다. “하이고, 좋은 핑곗거리네. 얘기하는 김에 한두 달 안 된다고 해야겠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남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합니까? 이제 좀 안 해도 되겠구먼. 나한테 들키지만 않으면 그냥 밖에서 해결하고 오면 좋겠어요.”
그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는 부부간 성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분이 우리나라 노인의 66.2%가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고, 이 중 35.4%는 성 매수 경험이 있다는 보고를 읽었는지 궁금하다. 이는 2012년 보건복지부가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인의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른 결과이다. 노년층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예전보다 건강 상태도 좋아지면서 노인의 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 KBS ‘시사기획 창’이 조사한 ‘노인의 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368명 중 68%가 “노인에게도 성생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학적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성 기능이 약화하는 것은 맞지만 성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노년의 성생활은 수명 연장 및 치매 예방 등에 효과적이고 심지어 노년층의 성생활 만족도가 젊은 층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나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에서도 동일하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성생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성생활이 활발한 80대 노인들의 성 만족도는 중년층보다 훨씬 더 높았다. 나이가 들면서 얻은 지식, 지혜 등이 파트너에 대한 배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인의 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남녀 간 성욕의 불균형이다. 많은 남자환자는 은연중에 “배우자가 더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몸이 아프다 하고 힘들어한다, 싫어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여자환자 중에서 상대방이 응하지 않아 성관계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극히 극히 드물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2012년 부산지역 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 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남성 노인의 51.9%는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는다”고 답한 반면 여성 노인 70.5%는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성생활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많다. 여성에서 가장 예민한 성감대는 질 속이 아니라 음핵(클리토리스)이며, 음핵보다도 여유를 가지고 있는 마음 (두뇌, brain)이다.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여성의 성 흥분과 즐거움에서 중요한데, 이는 과거의 성에서는 쉽지 않다. 여성과 남성이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오르가슴에 이르기까지는 엄연한 시차가 존재하고 이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여성의 성 만족도와 성생활의 질은 많은 차이가 난다.
작은 집에서 3대가 같이 살면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육체적 즐거움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남성 주도의, 남성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여성이 ‘성’이라는 것에서 즐거움을 충족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폐경이 되었으니 성생활을 더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속내는 ‘재미도 없고 아프기만 하고 귀찮기만 하니 하고 싶지 않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해 가려는 노력은 없이 그저 성 관련 질병 예방이나 성범죄 예방에만 그치는 교육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성 욕구의 불균등은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범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박카스 아줌마’ ‘돗자리 할머니’ 같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적발 건수 역시 2000년 100건에서 2015년 545건으로 5.5배 증가했다. 성병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 노인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망하고 수치스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노인에 특화된 현재 60대 이상 연령층의 문화와 경험에 맞춘 성교육과 성의식 개선이 시급하다. 성(性)은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이가 들더라도 성생활은 여전히 인생의 주요한 기쁨 중 하나로 남는다. 그 기쁨을 죽을 때까지 제대로 만끽하려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맞춰가는 건강한 성의식이 먼저이다.
부산의료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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