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다인종 사회의 문화적 충격을 흡수한 것은 광고이다. 미국의 경우다.

광고는 이미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대 소비사회의 물결 속에서 광고와 타협하지 않고 또한 광고를 거부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광고는 ‘문화혁명’을 이끄는 큰 축이며, 그 사회적·산업적 파급력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의 ‘2016 한국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5년 중 국내 콘텐츠산업 총매출은 100조4863억 원으로 세계 7위에 올라있다. 이 중 광고산업은 15조4400억 원이다. 영화산업 5%, 게임 산업 10%보다 크게 높다. 2016년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 규모는 전체 광고비에서 30% 수준에 달한다.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 한 국가, 한 사회에서 이 같은 파급력을 갖는다는 것은 현대인을 유혹하는 특징적인 창의성·상상력이 깔렸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가장 빠르게, 가장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콘텐츠가 바로 광고라는 것이다.

부산국제광고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디지털 영상을 포함한 다채로운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공유하는 플랫폼의 역할, 광고인만의 행사를 넘어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일반인의 축제 역할을 다하는 국제광고제를 꾸려 보자는 것이다.

부산에서 국제광고제를 연다고 한 2007년 1월 19일 준비위원회가 결성되는 첫 단계로부터 우려와 냉소는 컸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광고대행사로서 글로벌 톱 5에 속하는 덴츠의 한 전무이사는 설명회 자리에서 “첫 회에 출품작 500점 정도만 들어오면, 일단 대성공”이라고 했다. “그게 제대로 되겠나?”는 게 국내외 반응이었다.

그 험난한 환경 속에서 출범한 부산국제광고제가 올해로 10년을 맞이한다. 부산국제광고제의 위상은 이제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광고제, 아시아·태평양권 대표 광고제’이다. 경쟁광고제로 출범한 이래, 3년 만에 출품 규모 1만 점을 돌파, ‘아시아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56개국에 2만1530편이 출품, 세계 3대 광고제에 올랐다.

‘Creativity + - × ÷ Technology’가 올 부산국제광고제의 주제다.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광고와 기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망해 보자는 것이다. 광고의 기본 개념, 그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의 시너지 관계(+), 테크놀로지를 배제한 순수 크리에이티브(-), 기술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형태(×), 테크놀로지가 크리에이티브를 세상에 널리 나누는 방식(÷)까지 다 포함한다. 10주년 특별행사로 마련되는 제4차 산업혁명 특별 국제콘퍼런스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소비자들은 PC와 모바일에서,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SNS와 검색을 통해 끊임없이 광고 콘텐츠를 만나고 소비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준 연결성이 광고의 변화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광고업계의 지형도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테크놀로지 산업의 경우 일 년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연구하고 대응하기 위해 쟁쟁한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가 올 8월 부산국제광고제 기간 부산에 집결한다. 적어도 광고와 문화에 관한 한 ‘한국의 변방’ 부산에서 출범한 부산국제광고제가 부산을 ‘한국 광고문화 1번지’로 일궈낸 것이다.

부산국제광고제는 앞으로 ‘영화·영상도시 부산’의 명성과 광고제의 성과를 극대화하며, ‘스마트 광고시대’ 광고산업 중심지 부산을 열어나갈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 첨단 영상기술을 집합시킨 융합 체험·실습·실증 인프라도 구축해 나간다. ‘국내 최고·아태 대표’ 광고제 개최도시를 상징하는 명쾌한 지역 브랜드로,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드높이며 부산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또한 늘려갈 것이다.

이 담대한 꿈은 이제 부산뿐만 아니라 한국의 꿈이어야 한다.

부산은 한국·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의 도시’이자 한국·아시아를 대표하는 ‘광고의 도시’이다. 그러나 부산 영화산업의 파급력은 아직 크지 않듯, 광고 산업 역시 취약하다. 모든 게 서울 중심인 탓이다. 이 현실을 극복하려는 꿈, 이건 부산의 큰 바람을 넘어 한국 광고계의 염원이다.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