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이 온 나라를 휩쓴 가운데 경남 양산지역 모든 산란계 농가가 살충제 성분 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살충제 계란 청정지역으로 공인받은 셈인데, 엉터리 관리로 비난을 자초한 정부나 믿고 살 수 있는 안전한 계란 생산의 직접적 당사자인 양계 농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산은 부산을 비롯해 경남 울산 등 동남권 최대 계란 공급처로 이곳 25개 농가에서 하루 계란 90여만 개를 출하한다.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번 조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식이 반갑기 그지없다. 그 비결이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처하며 얻은 교훈을 실천했다는 점이라고 하니 헛발질을 계속하며 오히려 불안을 부추긴 정부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축산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마당이다. 양산 농가의 노하우를 본보기 삼을 만하다.

심혈을 기울이는 위생 관리와 친환경 농약 사용은 기본이지만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오경농장을 중심으로 13개 농가가 똘똘 뭉친 협업 체계다. 양계 정보를 공유하며 함부로 부적합 농약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세척 등 출하에 앞선 위생관리가 엄격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체 산란계 농가가 정기적으로 병아리를 입식하며 진드기 등 병해충이 서식할 수 없도록 사육장 청소가 이뤄진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양산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농가들이 방역과 위생에 빈틈이 없도록 교육하고 지원했다. 농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살충제 계란 파동을 이겨낸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다.

결국 기본에 충실하며 위기에서 교훈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과 지난 6월 덮친 AI로 큰 피해를 봤던 양산이다. 정부는 양산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먹거리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매뉴얼에 활용하기 바란다. 이번 파동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밀집 사육 해소 방안을 제대로 실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