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적 자금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대우조선해양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기간산업의 역할을 하는 조선업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해양의 약진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이런 실적 개선과 달리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하청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조4891억 원, 영업이익 8767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와 달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조2000억 원을 포함해 그동안 정부로부터 모두 6조 원의 공적 자금을 받은 사측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과 채권단 출자전환 실행 등으로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해졌다는 자체 평가를 했다. 반면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흑자가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발생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 분담을 이유로 내세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으며 하청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여 최고 30%까지 기자재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 번 내려간 단가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가운데 하청업체 간 납품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는 이익은 고사하고 현상유지도 힘들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빠른 시일 내 흑자 전환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영상황이 개선됐다면 고통을 함께했던 하청업체들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사측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실적은 회계상 수치일 뿐 실질적인 성장세로 돌아서려면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직도 어렵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안을 대우조선해양이 제시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