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적인 미술 행사가 많다. 격년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다 5년마다 열리는 독일 카셀 도쿠멘타와 10년마다 찾아오는 독일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겹쳤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 5월, 카셀 도쿠멘타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지난 6월 잔치를 벌였으니 이를 한꺼번에 둘러봤다는 미술계 인사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대형 이벤트를 두고 스위스의 세계 최대 미술시장인 아트바젤을 포함한 아트 투어 상품이 등장한 터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예술만세’(Viva Arte Viva)를 주제로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온갖 예술 행위로 현대미술의 좌표를 보여준다. 그리스 아테네와 인구 20만 명 소도시인 카셀 ‘이원 체제’를 처음 시도한 카셀 도쿠멘타는 현대미술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권위가 자별하다. 1977년 이후 5회째인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의 성지’라 불리는 야외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1895년 이탈리아 황제 부부의 은혼식을 기념하며 비엔날레의 효시가 된 베니스 비엔날레도, 1955년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극복하고자 마련된 카셀 도쿠멘타도, 이제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헨리 무어의 공공미술 작품을 계기로 만들어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도 선명한 이미지와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된다는 점에서 예외가 없다. 그 속에서 현대미술의 변화를 상징하고 새로운 물줄기를 이끄는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카셀 뮌스터 베니스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행사가 끝나면서 진지한 평가가 이어질 듯하다.

‘2017바다미술제’를 한 달 앞두고 이들 행사가 유달리 무겁게 느껴진다. 바다미술제는 1987년 부산국제바다미술제로 출발했으니 올해로 만 30년. 부산 미술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에 그 존재감을 과시할 때가 됐다. 부산비엔날레와 격년제로 열리기까지 곡절을 겪었지만 바다라는 둘도 없는 주제가 핵심이다. 작품이 해변을 벗어나 사람이 생활하고 모이는 곳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 가지 방법 아닐까.

‘아르스 루덴스’(ars ludens·유희적 예술)를 주제로 다음 달 16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막을 올리는 올해 행사가 그 발판이 되길 바란다. 사막에 사는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오는 이유는 비가 내릴 때까지 중단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런 간절함을 미술계와 부산시가 공유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