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태가 악화일로다. 경남과 울산 등 전국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나왔고, 친환경 인증제가 무용지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용이 금지된 새 살충제 성분까지 확인됐다.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삼각파도에 시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정부는 뭐했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제 산란계 농가 전수검사 대상 1239개 가운데 876개를 검사했더니 66개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됐으며 32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창녕 1개, 합천 1개 등 경남 2개와 울산 2개 농장에선 살충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에서 시작된 파문이 강원 전남 충남을 거쳐 이제 광주 대전 경북과 경남 울산까지 전국으로 번진 셈이다. 나머지 농가에서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66개 중 63개는 농약 자체가 검출되어선 안 되는 친환경 농가다. 게다가 살충제 성분 과다 검출로 ‘친환경’ 마크를 뗀 채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수두룩했다. 시민들의 배신감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친환경 마크를 믿고 더 비싼 값을 치르며 계란을 구입해왔으니 하는 말이다. 친환경 인증을 민간업체에 맡긴 정부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민간업체들은 친환경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이 과정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사후 관리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계란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데다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 혜택이 주어져 산란계 농가로선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 비율이 50% 이상인 가운데 부실 인증 시비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계란에서는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인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 검출은 걱정을 더한다. 모두 기존에 검출된 피프로닐보다는 독성이 약하지만 장기간 섭취했을 때 간 손상이나 빈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약 27종의 잔류 여부를 검사 중이니 위해 성분이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전수검사의 신뢰성 시비가 불거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허둥지둥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개 농가에 대해 재검사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앞서 검사 담당자가 직접 농가를 방문해 샘플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모아두게 하고 이를 가져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뒷북 대처와 농가의 안이한 태도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계란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계란으로 국민께 큰 불편과 걱정을 끼쳐 매우 죄송하다”는 김 장관의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선 전수검사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양계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0년 이상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반복하며 밀집사육 등 문제점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