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thoth). 고대 이집트 신화 속의 신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새뮤얼 프리드먼은 ‘Letters to Young Journalist’(번역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라는 책에서 기자가 섬겨야 할 신이 있다면 토트라고 말한다. 토트의 역할은 이승을 마감하고 올라온 영혼에게 그간의 선행과 악행을 정교하게 묻고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나무를 깎아 만든 필기구와 작은 칠판을 늘 지니고 다닌다. 면밀하게 관찰하고 따져 물으며 분석하고 평가하는 점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과 닮았다고 프리드먼은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우리 사회의 엄중한 관찰자, 질문자, 분석자, 평가자로 제대로 서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사회의 어두운 곳곳을 조명해 적폐청산을 주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사회의 적폐로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사들에 발생하는 문제는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 언론사 간에 형성되어 있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에 쌓여온 폐단이 있다면 드러내어 청산하고 가야 마땅하다.
언론이 적폐로 내몰리는 이유는 몹시 간단하다.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치 권력과 유착할 때 그 기본은 무너진다. 이제는 곪아 터져 그 환부가 드러나고 있는 공영방송이 좋은 예다. 그동안 정치 권력이 투입한 낙하산 사장이 방송 제작 현장을 조종했다. 공정보도를 외치는 수많은 언론인을 해직시키고 부당징계하는 황당한 일들도 벌어졌다.
우리 언론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지는 객관적인 수치로 쉽게 드러난다. 전 세계 언론 자유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매년 국가별 언론자유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31위를 기록한 후 추락을 거듭해 2015년 60위, 2016년 70위를 기록했다. 참혹한 수준이다. 2016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11위, 수출액 기준 8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다. 그 대조적 수치가 참 부끄럽다.
정치 권력과의 유착뿐만이 아니다. 언론이 자본 권력과 유착할 때도 그 기본은 무너진다. 최근 한 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모 방송사 간부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아들의 삼성 취업을 부탁했다 하고, 모 신문사 간부는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했다 한다. 모 신문사 간부는 삼성이 협찬과 광고지원액을 올려주면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 약속했다고도 한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만 같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은 정치 권력, 자본 권력, 언론이 어떻게 은밀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보다 절대 덜하지 않은 현실들이 속출한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을 제4부로 표현하곤 한다. 국민의 편에 서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사명의 막중함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제4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할 기본 중의 기본. 언론이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의 친구나 하수인이 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때로는 언론 스스로 크고 작은 권력이 되어 군림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제4부라는 역할을 형질 변경시켜 ‘갑질’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래서 약하거나 약점을 지닌 대상에게 ‘삥뜯기’를 하는 것, 기본을 저버려도 한참 저버린 일이다. 언론의 힘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의롭게 활용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를 위해서 언론의 적폐 청산은 급선무다. 언론의 기본 사명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일진대 내 눈의 들보를 두고 남 눈의 티끌을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국제신문도 사설과 칼럼 그리고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각종 적폐를 다루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스스로 털고 가야 마땅한 적폐는 없는지, 우리 지역사회의 엄중한 관찰자, 질문자, 분석자, 평가자로서 기본을 지켜왔는지.
앞서 언급한 책 ‘Letters to Young Journalist’를 우리 사회의 모든 저널리스트에게 추천한다. 어쩌면 베테랑 혹은 ‘높은’ 지위의 저널리스트에게 더 좋은 책이 아닐까도 싶다. 언론이 지켜내야 할 기본은 무엇이며, 언론인의 초심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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