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개편 시안을 두고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바와 같이 학생의 입시 부담 경감, 학부모의 사교육비 절감, 고교의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절대평가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교육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절대평가를 확대하면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지적과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내신 탓에 학습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절대평가 확대에 따른 변별력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90점 이상은 1등급, 80~89점은 2등급으로 나누듯이 기준 점수 이상이면 같은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 절대평가다. 교육부는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포함해 두 과목을 추가하는 방안과 수능 7개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어느 안으로 결정되더라도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91점은 합격이고 100점은 불합격이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적에 정확한 답이 필요하다.

절대평가 확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경우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높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절대평가 과목이 늘어날수록 동점자가 많이 생기니 합격자를 가려낼 기준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만큼 학생들은 내신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입시 지옥’이 고스란히 ‘내신 지옥’으로 전화되는 셈이다. 사교육 의존도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부가 그동안 수차례 수능 개편 과정에서 겪었듯이 이번에도 설익은 시안으로 혼란만 부추긴다는 따가운 질책을 받는 것이다. 교육부는 오는 18일 부산 등 4개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오는 31일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교육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견을 받아들여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수능 따로, 내신 따로 이뤄지는 개편안이 아니라 고교 학점제 및 내신 절대평가를 아울러 교육 개혁의 틀을 일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