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일본군이 자국과 우리나라에서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모집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1938년 2월 7일 와카야마현 경찰부장이 내무성 경보국장에게 보낸 ‘시국 이용 부녀 유괴 피의사건’이란 제목의 문서다. 이 문서에는 “군부 명령으로 무지한 부녀자에게 임금도 많이 주고, 의식주는 군이 지불한다고 유괴(誘拐)하는 방법으로 위안부를 모집한다. 본국(일본)과 같이 조선국에서도 모집하러 다닌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괴’라는 용어를 썼다는 건 일본 경찰도 위안부 모집을 강제적인 불법행위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뒤엎을 수 있는 증거다.

이로써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비밀리에 처리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할 수 있는 새로운 명분이 생겼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합의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종전 주장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했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근거로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위안부 강제연행은 일본 역사학계도 인정한다. 일본 역사학연구회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은 사기·협박·인신매매가 동반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행위이며, 한반도를 비롯한 넓은 지역에서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재협상 여론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한국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싱크탱크 겐론이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한일 정부 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75%, 일본인의 53.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됐다고 답한 이는 한국인 19.5%, 일본인 25.3%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을 통해 반드시 일본 정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죄와 합당한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주저할 이유가 없거니와 주저해서도 안 된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 238명 중 생존자는 37명뿐이다.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