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인의 노력은 주로 먼 길을 다녀오는 데 집중되어 왔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 동안 모험가들은 인도를 찾아 나서고 야심가들은 신대륙에 상륙하고 탐험가들은 극지를 찾아 나서곤 했다. 수출로 성장한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의 먼 곳에 있는 선진국 시장에 도전하며 글로벌 수출국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왔다. 해운업이 발전하고 대형여객기를 개발하게 된 것도 모두 원거리 물자 수송과 사람의 이동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새로운 기술과 자본의 축적은 지식과 창의로움이 집약된 지역을 찾아 모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유럽의 사이언스 파크 시티들을 보아도 일정한 범위의 지정학적 압축성을 보이고, 그 안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자기들만의 일과 삶과 꿈이 가능한 고유한 캠퍼스를 건설하고 집중화시키고 있다. 지금 뉴욕은 실리콘 알리라는 도심 내에 첨단벤처 기업인들의 서식처가 생겨나고 있으며, 가치 창조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분포를 보아도 점점 맨해튼에 집중하며 인근의 퀸스나 브루클린이나 브롱크스 등 주변 지역들도 맨해튼이 가까운 지역으로 혁신적인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기적인 기술혁신과 새로운 미래의 패러다임 창조는 사회문화적이고 지식적인 생태계를 바탕으로 창조의 서식처를 만들기 때문이다. 소위 융복합 기술개발을 위해 클러스터라는 복합적인 연구개발 토양을 만드는 것도 벤처 기업인들이나 혁신적 투자가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나 과학자들이 서로 정보와 영혼이 통하고 이상이 공유되는 지성적, 지정학적인 근거리의 융복합 터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 간에서도 인근 지역 간 통합이나 연계에 의한 집중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은 점점 수도권과 주거와 생산과 소비에서 통합적 관계가 설정되고 있으며, 미국 북동부의 대도시들인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가 다시 뭉치고 있으며, 런던과 파리는 광역권으로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고, 오사카나 고베나 교토가 서로 역내 협업을 넘어 지역공동체적 결사체로 진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부산과 경남과 울산, 그리고 대구가 지역적으로 보아 사회적 통합과 경제적 교류가 높아져야 할 차례이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선진국 경제교류를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압축된 생산경제의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 수도권과의 대등한 상대거점으로서 부산 울산 경남 대구를 잇는 광역고속철도망과 역내의 근거리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 울산 경남 대구를 잇는 환상형 고속철도망은 약 천만 명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지역 간의 역내 사회통합과 경제협업에 의한 동반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다.
건설의 경제성은 단순히 인구 이동과 물자 이동이 아닌 새로운 경제 사회 문화의 지역공동체를 건설하는 광대한 인프라 비용으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이 지역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교류되는 사람과 물자와 돈의 왕래는 장차 가능한 한 근거리에서 지역적 역내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날 미국의 독립 기반을 다진 보스턴 뉴욕 펜실베이니아가 다시 고속철도로 엮이어간다는 사실과 샌프란시스코와 LA가 고속철도로 세를 규합한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대구에서 울산 부산은 고속철도로 이어진 만큼, 대구 창원 진주 부산 등을 효과적으로 이으면 된다. 이 연결구도의 중간에 있는 밀양이나 김해공항 등이 좋은 브리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네덜란드만 한 인구와 자원과 영토가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규합되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이만한 인구와 영토에서 우리나라보다 많은 금액의 수출을 하고 있고,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의 자급자족 능력이 아주 월등한 국가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의 본산이고 대외적으로 개방의 문호가 되는 이 지역의 역내 교류확대 및 지역적 통합의 시너지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한일관계와 한-아세안, 한-중, 유라시아 등의 국제적 관계의 확장동력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이전보다 약해진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등을 중심으로 미래형 연합대학의 운영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본다. 지금 학문은 소리 없이 초연결, 초실감의 세계를 향해 초지능화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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