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일대가 또 개발 논란에 휩싸였다니 영 마뜩잖다. 지난해 옛 해운대역사를 공원화하기로 하며 개발 움직임을 막아냈더니 이번엔 옛 해운대역 정거장 터가 문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 일대 2만5391㎡ 개발을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불거졌다. 사업 설명회 일정까지 잡혔으니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이곳에 고층 건물이라도 들어선다면 맞닿아 있는 옛 해운대역사가 섬처럼 갇히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옛 해운대역사 일대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해운대의 관문이자 복선전철화로 동해남부선이 새로운 노선을 달리기 전까지 80년 이상 시민과 애환을 함께한 곳이다. 국내 철도역 중 유일하게 팔각지붕 형태로 남아 있는 옛 해운대역사를 개발 대신 공원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로 폐선된 땅과 시설을 공원화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배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에 철도 건설 및 시설관리 전문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먼저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개발에 앞서 공공재로서 폐선 부지 활용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돈벌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익성을 먼저 고려하라는 이야기다. 부산시도 책임이 있다. 옛 해운대역사 공원화 약속 이후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가 제대로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탓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슬그머니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문제가 된 땅은 부산도시철도 해운대역이 코앞이고 해운대해수욕장과 가까워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그런만큼 근대산업유산 등록 등으로 개발의 싹을 없애고 역사성을 강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옛 해운대역사를 지켜낸 시민의 뜻이다. 당연히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 옛 동해남부선 철길을 중심으로 한 부산의 역사(歷史)를 지키는 일이 옛 역사(驛舍)를 개발해 이익을 남기려는 시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