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오너들의 상식 이하의 행동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재작년 말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다가 언론에 공개되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이 생생하다. 그 일로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 당사자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 후 회장직을 사퇴하기까지 했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최근 들어 또다시 이른바 ‘회장님의 갑질’이 잇따라 보도되었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국제신문 6월 6일 자), 탈퇴한 피자 가맹점에 대한 보복성 직영매장 운영 및 이로 인한 점주의 자살 사건(6월 27일 자), 제약회사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폭언 사건(7월 15일 자) 등등.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적으로 최고의 지위와 부를 누리고 있는 기업 오너들의 일탈과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국민은 마치 자신이 당한 일인 양 가슴 아파하며 분노한다. 그러나 문제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사태를 무마하려고 한다. ‘3분 고전’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맹자의 종신지우 일조지환(終身之憂 一朝之患)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종신지우는 자잘한 하루아침 걱정거리(일조지환)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내 몸이 다할 때까지 종신토록 잊지 말아야 할 숙명 같은 리더의 근심이라고 한다. 기업 오너들의 일탈 행위 또한 운전기사와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그들과 함께 간다는 종신지우의 마음가짐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기업 오너들의 추문은 이른바 ‘오너 리스크’(대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로 작동하여, 기업의 이미지 추락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잘못도 없는 대리점이나 가맹점에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러한 폐해는 전적으로 가맹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하다. 실제 최근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오너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가맹점들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40%나 급감했다는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오너 리스크의 폐해가 얼마나 막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 가맹점은 21만8997개에 이르고,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 규모도 100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 평균 115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생겨나고 문을 닫는 곳도 66개에 이른다고 한다(국제신문 7월 14일 자 논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염려해야 할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오너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책이나 구제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우에야 주주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야기한 오너를 경영에서 배제하거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겠지만 영세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로서는 그런 자구책을 시도할 여력도 부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 매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기사가 반갑게 느껴졌다(국제신문 7월 19일 자 1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맹본부나 임원의 위법·부도덕 행위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가맹점주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가맹계약서에 배상책임을 의무적으로 기재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본부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내놨다고 한다. 그리고 일명 ‘호식이 배상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어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의 추문이나 일탈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를 지원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국제신문에서도 단순히 정부의 시책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이나 오너 리스크로 인해 피해를 본 가맹점 사례를 소개하고, 나아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