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한 적이 있다. 실제 대선 기간 트위터를 유용하게 써먹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흥미로운 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에 대한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의 반응이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윌리엄스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의 역할은 매우 나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한 것.

윌리엄스의 이런 발언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트위터 영향력을 간접 홍보하려는 의도적인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어찌됐든 역할의 옳고 그름을 떠나, 트럼프만큼 트위터를 사랑하는 정치인이 흔치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트럼프를 특징짓는 여러 수치도 ‘트위터 대통령’으로 요약된다. 이 기간 그가 트위터에 게재한 트윗 개수는 무려 991건을 기록했다. 당선 전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주로 겨냥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자신을 비난하는 언론이나 정적에 맞서는 변호 창구로 적극 활용했다. 반면 지난 6개월간 공식 단독 기자회견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후보 시절 자주 기자회견을 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그는 각종 발언에서도 트위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은 내가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현대적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거나, “트윗은 나의 목소리며 이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트위터 대통령’ 본색을 이어갔다. 급기야 얼마 전엔 프로레슬러처럼 얼굴에 CNN로고가 박힌 사람을 자신이 메치는 패러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신의 애정과는 달리 그는 취임 이후 미국 정부기관에 트위터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기관이 공식 트위터에 그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인파를 비교한 사진을 올리자 발끈해 내린 조치다. “나의 목소리는 빼앗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남의 목소리는 단칼에 빼앗아 버린 것. 하긴 이런 불통 이미지가 이젠 별반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는 법.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배설하듯 쏟아내는 그의 아슬아슬한 트위터 행보가 언젠가는 족쇄로 되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