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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왜 행복하지 않을까

부모 재력·지위 물려받는 수저계급론 사회, 보통사람은 불행

상속세 손질해 격차 해소·보편적 복지로 선택의 자유 보장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7-20 19:00:0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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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야만적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OECD 평균의 3배나 되는 압도적 1등이다. 또 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 그것도 압도적 꼴찌이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7인데 우리나라는 1.2이다. 수많은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고 아이 낳기를 포기한 사회보다 더 야만적인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소위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이름을 올린 경제대국이면서도 국민의 다수가 불행한 ‘야만적인 사회’라고 단언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신분제 질서의 전통적 유교사회가 무너졌다. 3대가 생계를 공유하던 농경사회의 대가족 체제는 197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해체됐다. 우리나라는 전통적 유교사회에서 비롯된 폐쇄적 가족주의가 해체되어 연대적 개인주의로 발전하는 올바른 변혁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나는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격차사회의 심각한 병리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전쟁 이후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우리 사회는 3대가 생계를 같이하는 대가족 중심의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가족 구성원을 출세시키기 위해 가족 내부의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협력해 가족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경제개발 시기(개발연대) 동안 이런 가족주의 방식은 순기능이 컸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산업화를 성공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공부 잘하는 장남의 출세를 위해 누나와 동생 등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장과 들판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기존의 가족주의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나타났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핵가족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개발연대 당시의 가족주의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대가족 집단들 사이에 연대적 지역공동체 개념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가족 구성원 간의 내부적 지지와 함께 자원 일부를 지원하는 가족복지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개발연대 당시의 가족주의 모델이 해체되면서 이런 특징들도 사라졌다. 즉 연대적 지역공동체와 가족복지가 크게 약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기 동안 어떤 혼란도 없었다. 고도성장 덕분이었다. 누구라도 비교적 평등한 시장소득을 얻을 기회를 누렸다. 그래서 당시 국가복지가 미미했음에도 소득 불평등 수준이 유럽연합 평균치에 근접할 만큼 양호했다. 가족주의의 해체에 따라 기존의 연대적 지역공동체가 사라지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유대도 약해졌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즉 평등한 일차분배가 구시대의 연대적 지역공동체가 주는 연대의 효과를 대체했으며, 일을 통한 소득 창출의 열린 기회가 구시대의 가족주의가 주는 가족복지에 대한 요구를 크게 줄였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가족주의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구시대의 가족주의는 핵가족 중심의 새로운 가족주의로 대체됐으며, 외환위기 이후 펼쳐진 경쟁 만능과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가족주의로 무장한 핵가족들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는 일자리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초래했다. 경쟁지상주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핵가족 간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과 달리 상위 10%에게 기회가 집중된 지금의 격차사회에서는 우수한 능력과 금력으로 무장한 핵가족들이 경쟁의 승자가 될 공산이 크다. 보통사람들은 경쟁의 들러리로 고통만 겪는다. 개발연대와 고도성장기 동안 능력을 발휘해 경쟁 피라미드의 상층에 포진한 핵가족들은 이후 대를 이은 각자도생의 시장경쟁에서도 거의 언제나 이긴다. 천부적 능력과 우월한 양육조건뿐만 아니라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저계급론이 확산된 사회에서 보통사람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제 보통사람들은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이 무모한 전쟁을 거부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가족은 뒤로 빠지고 국가의 공적 영역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가족의 사적 복지 대신 국가의 보편적 복지를 통해 모든 자녀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육성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간섭하는 가족주의는 탐욕적 이기주의를 강화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확립해야 할 것은 국가의 보편적 복지에 기반을 둔 연대적 개인주의이다. 그리고 주체적 개인들 간의 연대를 제도화한 국가발전 모델이 바로 역동적 복지국가다. 여기선 부모의 능력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국가가 구성원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복지국가가 이 일을 하려면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간섭하는 것 대신에 국가가 우리 모두의 자녀들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성장·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누진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게 옳다. 그래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천부적 능력이라는 행운의 요소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지금의 격차사회를 극복해야 한다. 누구라도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을 때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 결국 연대적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역동적 복지국가라야 우리 경제의 역동적 성장도 가능해진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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