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의 일환으로 2010년에 마련된 파생상품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한다고 한다. 미국과 EU 대형 금융기관의 과도한 장외파생상품 투자로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 그 대책으로 2010년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하여 장외파생상품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다. 이제 도드-프랭크법이 일자리를 축소하고 금융산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하여 규제를 완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도 기존 규제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한때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하여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규제 여파로 주변시장으로 전락하였다. 건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파생상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 척도는 유동성의 고저 즉, 거래량의 많고 적음이다. 유동성이 높을수록 시장 충격 없이 원하는 수량을 원하는 가격으로 신속·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다. 금융 파생상품은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성격이 짙고, 유동성 선호효과가 크게 작동한다.

파생상품 거래는 투자 목적에 따라 헤지거래, 차익거래 및 투기거래로 나누어진다. 헤지거래는 위험 회피거래로 헤지 기간 한 번으로 족해 거래수요에 한계가 있다. 차익거래는 현물과 파생상품의 가격 차가 발생할 때 비싼 가격의 상품을 매도, 싼 가격의 상품을 매수하여 위험없이 차익을 얻는 거래이다. 차익거래 역시 현물과 파생상품의 가격 관계가 적정 균형수준을 벗어날 때 발생하므로 그 수요가 제한적이다. 투기거래는 미래 가격을 예측하여 가격이 오른다고 판단되면 매수하고, 내린다고 판단되면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얻는 것으로, 다른 상품투자에도 널리 사용된다. 투기거래는 가격이 변동하는 동안 언제든지 그 수요가 있다. 따라서 세계 파생상품시장은 공통적으로 투기거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더 많은 투기거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투기거래자 모시기 경쟁을 하고 있다. 투기거래자가 없을 경우 가끔 나타나는 헤지거래나 차익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시장은 2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아직도 헤지거래나 차익거래는 선(善)한 것으로 인식하고, 투기거래는 악(惡)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파생상품거래는 현물거래에서 파생된 거래로,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는 미래에 한다는 점에서 현물거래와 차이가 있다. 여기서 파생상품 가격은 미래 결제할 때의 현물가격 예상치이다. 미래 현물가격을 예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로 예상이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본다. 반대로 예상이 적중되면 큰 이익을 얻는다. 미래 현물가격을 제대로 예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성, 정보수집력 및 분석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예상이 빗나갈 위험에 대비하여 자금력 범위 내에서 적정수준에서 투자하는 자기 억제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갖출 때 투기거래가 진정한 투자가 되어 유동성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투기거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생상품은 금융이노베이션의 백미로 금융이노베이션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모험과 용기가 필요하다. 장내 파생상품은 거래소가 설계하는 상품으로 설계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세계적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성에 방점을 둔 복사 제도인가 아니면 가보지 않는 길 즉, 창조적 제도를 설계하는가의 선택이다. 한때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이 세계적 시장으로 발전한 이유는 후자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제도설계를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위기를 겪으면서 원인진단과 질서정연한 대처를 통해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경험하면서 많은 변화와 질적 고도화가 진행됐다. 건전한 투자문화가 많이 정착된 지금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은 거래소 소재지이면서 파생상품시장, 탄소배출권시장, 석유시장, 금시장의 소재지이자 모든 시장의 청산결제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금융중심지이다. 부산이 세계적인 파생상품 메카로서 우뚝 서 사시사철 국제행사로 붐비는 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인·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