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은 지질공원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아름답고 중요하며 생태·역사·고고학·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면서, 이를 토대로 교육과 관광을 활성화하여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자 2000년 말 시작된 국제 프로그램이다.

지질공원은 기존 공원과 달리 지역주민의 행위 제한을 최소화하고 혜택은 극대화하면서 자연의 보호와 이용을 조화시킨 새로운 형태의 공원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어 우수한 지질유산 자원을 보전하고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국민의 휴양과 정서함양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지질공원이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제주도, 울릉도/독도, 부산, 강원평화, 청송, 광주무등산, 경기한탄/임진강, 강원고생대 지질공원 등 총 8개소가 환경부의 인증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제주도와 청송은 유네스코의 실사를 거쳐 세계지질공원망에 포함되었으며 지자체들은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활성화를 위해 세계지질공원 등재에 노력하고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은 부산시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2013년 12월 6일 환경부고시 제2013-152호에 의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총 12개 지질명소(낙동강 하구, 몰운대,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태종대, 오륙도, 이기대, 장산, 금정산, 구상반려암, 백양산)로 구성되며, 바다 강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과 관광 인프라를 잘 갖췄다.

전 세계 대도시에서 중생대 이후 수천만 년 동안의 퇴적, 마그마 활동, 지진 등에 의한 희귀한 지구역사 기록과 고생물의 자취(공룡알 둥지와 석화목 등) 그리고 거대한 현생 삼각주, 습지, 희귀 철새들을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부산국가지질공원이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 자연공원법에 의하면 국가지질공원은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증일로부터 4년 후에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부산국가지질공원도 올해 12월에는 재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산시의 의지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질공원의 운영·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매년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지원금을 부산시는 다 사용하지 못하고 상당 금액을 반납하였으며, 사용된 지원금도 대부분 직원의 인건비로 지출하는 지자체로 유명하다. 올해 5월에는 환경보전과에서 올린 ‘부산국가지질공원 재인증 및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추진 용역’ 사업 예산이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었지만, 예산처에서 전액 삭감해 버렸다.

지질공원을 취지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공원 내 기반시설 확충과 학생, 교사, 주민의 교육과 홍보프로그램과 관광객을 위한 해설사 양성프로그램 개발, 갈맷길과 시티투어 그리고 지역 관광 및 특산물 사업과의 연계 강화 등 추진해야 할 사업이 정말 많다. 다른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지원금을 더 달라고 아우성인데 반납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대한지질학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산시, 한국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는 공동유치위원단을 구성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총회에서 2024년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IGC)를 해운대 벡스코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러시아 터키와의 치열한 경쟁 끝의 쾌거였다. 세계지질과학총회는 지질학분야 국제회의 중 세계 최고 권위의 행사로, 전 세계 1만여 명의 인사가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지질과학총회 유치를 확정하면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총회 유치를 통해 전 세계 총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부산의 국가지질공원을 홍보하고, 나아가 세계지질공원 선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부산의 도시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부산국가지질공원은 세계지질공원은커녕 재인증도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 놓여 있음을 부산시장은 아실지 모르겠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