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잇단 악재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면세점 업계 이야기다. 중국인 단체관광객(遊客.유커) 급감으로 인한 매출 타격, 면세품 밀반입 수사,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다.

특히 지역 면세점에게는 유커 감소와 밀반입 및 불법반출 수사에 따른 파장이 크다. 유커는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감소 기미가 보이더니, 올해 3월에는 중국 정부가 아예 금한령(禁韓令)을 내리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 씀씀이가 큰 유커에 기댄 관광정책 탓에 크루즈선 입항이 무더기 취소되면서 면세점들도 매출이 반 토막 난 실정이다.

저조한 매출 실적 속 이달 초 밝혀진 면세점 직원들의 일탈 행위는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지역의 대기업 시내면세점 직원들이 보따리상과 결탁해 면세품을 밀반입하거나 불법반출한 혐의였다. 이 가운데 신세계는 면세점장 등 임직원이 12명이나 연루돼 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가 세상에 드러났다. 수법은 더 충격적이다. 보따리상들은 면세품 구매금액 제한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해 대량으로 물건을 산 뒤 일본으로 반출했다가 밀반입하는 수법으로 차익을 챙기는데, 직원들이 이를 알고 고객과 보따리상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이번 사건이 밝혀지면서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신세계 부산면세점 특허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면세점은 5년마다 관세청 심사를 통해 운영 특허권을 갱신하고 있는데, 신세계는 2021년 2월 그 기간이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점장까지 연루됐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처럼 관광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쇼핑’을 앞세워 코리아 세일 등 각종 쇼핑 이벤트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면세점은 그러한 분위기 속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여는 핵심 관광시설로 우리 관광산업의 중요한 요소이다. 면세점들이 사드와 검찰 수사 등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고객 국가를 다변화하고 조직 내부를 자정하는 계기로 삼고 빠르게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신세계와 롯데면세점이 있는 롯데호텔과 신세계센텀시티 앞에는 관광버스가 줄줄이 서 있었지만, 지금은 텅 빈 도로와 주차장이 업계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면세점들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수백 명씩 태워 나르던 관광버스를 다시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

경제부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