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스포츠랑 운동경기는 서로 다른 건가요?" 특강에서든 카페에서든 내 대답은 늘 이렇다. "스포츠는 데스포르(desport)라는 프랑스 말에서 생겼지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체나 정신의 활동'이란 뜻이에요. 금메달만이 최고 목표인 운동경기. 어떻게든 상대를 눌러야만 하는 전투적 게임. 이런 공격성과 다른 거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이 모두 행복해지는 활동. 이게 스포츠의 참뜻입니다."
나는 언젠가 책을 출판하며 그 참뜻을 S, P, O, R, T, S로 재해석해봤다. 공감(Sympathy), 긍정(Positiveness), 산소(Oxygen),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토이 대디(Toy Daddy), 단순함(Simplicity)이 그것이다. 책 한 권의 내용과 뜻을 여기에 담을 순 없다. 다만, 한두 마디로 줄이면 이런 얘기다.

첫째, 논리보다 공감이 앞서는 때다. 스포츠의 공감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른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조기축구하는 이들도, 알록달록 유니폼 입고 떼 지어 자전거 타는 이들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함께 운동하며 동질감을 쌓고 기뻐한다.

둘째, 스포츠는 긍정성을 키워준다. "운동은 악한 혼을 누르고 선한 혼을 기르는 데 좋다." 플라톤의 말이다. 선한 혼은 착한 정신이고, 긍정적 사고다. 이 말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역설한 존 로크의 이념이 됐다. 루소, 페스탈로치, 몬테소리, 안창호, 방정환 등의 운동예찬론도 모두 이런 이유다.

셋째, 유산소운동은 심폐기능을 강화시킨다. 그뿐일까. 노벨상 수상자인 바르부르크는 "모든 병은 산소 부족에서 생긴다"고 했다. 최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도 산소 결핍과 관련이 크다는 보고가 많다. 운동은 공기를 더 많이 마시려는 활동이다. 그러나 깨끗한 '명품 산소'여야 한다.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로 가득 찬 도심에서 운동하는 것은 이제 자제할 때다.

넷째, 레크리에이션은 re(재)+creation(창조)의 합성어다. "다시 창조한다"는 뜻이다. 업무 효율을 위해 일손을 놓고 원기를 회복하는 활동이다.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 땀 흘리며 운동할 수도 있다.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휴(休)'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산림휴양은 가장 멋진 레크리에이션이다.

다섯째, 요즘 아빠들은 바쁘다. 봄 개울 살얼음 같은 존재감이나마 지켜내기 위해서다. 딸바보 아빠가 그렇고, 대미족(dammy, daddy+mommy)이 또 그렇다. 토이 대디도 자녀랑 친근하게 놀며 소통하느라 바쁘다. 아빠는 엄마보다 스포츠형 놀이능력이 탁월하다. 아빠 효과란 말이 있다. 유년에 아빠랑 즐겁게 뛰어놀며 컸던 자녀는 성인이 돼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소득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여섯째, 단순한 게 좋다. 기술도 소통도 단순해야 한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의 규칙과 방법이 복잡하면 재미없고 힘들다. 가장 간단한 운동은 걷기, 맨손체조, 놀이다. 이 운동들은 남녀노소에게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체력 육성과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좋다.

최근 스포츠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가 의료비 절감에도, 국민화합 차원에도 이로울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잡한 기능을 강조하고 경쟁을 부추긴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부상자가 많아지고 참여자 간 갈등도 커진다. 결국, 지속성도 실효성도 떨어진다. 부디 스포츠의 참뜻에 따라야 한다. 서로 즐겁게 협동하며 모두 건강해지는 행복 활동으로 말이다.

부산교대 체육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