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어 화제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게임은 정식 발매가 아닌 베타버전인데도 출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 판매량 400만 장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며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다.

그뿐 아니다. 2015년에는 국내 제약회사가 프랑스의 다국적기업 사노피에 당뇨병 신약물질 기술을 이전하여 3조5000억 원대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어낸 바 있다. 이들 두 사례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매우 시의성이 높은 쾌거다.

올해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IP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특허 등 IP의 전 분야에서 이익을 냈고, 베트남 같은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한 산업재산권 부문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니 대단히 고무적이다.

IP는 보통 상품에 녹아들어 부가가치를 높이지만, 그 자체로 상품이 되기도 한다. 중간재와 최종재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최종재로서 거래가 이뤄지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강화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구매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IP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 바이오 의약처럼 IP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는 IP가 소위 '대박 상품'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첨단 융합 신기술을 토대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식의 산물인 IP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 특허 전문기업의 분석 결과 미국 500대 상장기업의 시장가치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30% 수준에서 2010년 80%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하니, 그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의 공장을 본국으로 불러들여 스마트화하도록 장려하면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토대로 AI 등 첨단 분야를 육성하면서 자국 상품에 대한 보호벽을 높이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의 동시화는 기존의 분업구조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까? 필자는 투 트랙의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분야를 기존 제조업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손재주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온 국내 제조업에 AI, ICT 등을 융합, 스마트화를 추진함으로써 비용은 낮추고 품질은 높여 상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두에 기술한 게임, 바이오와 같이 IP를 통해 해외시장을 뚫는 길이다. 이는 유형의 상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통관 등 진입규제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인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강하고 유연한 IP'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가 되는 조건 중 하나로 손꼽힌 바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신보호무역주의라는 두 가지 도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지금 국내 IP의 글로벌화와 체계화된 지원은 시급한 과제다. 대기업과 달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욱 절실하다. 국내 기업이 뛰어난 기술성과를 가지고 특허 상표 디자인권 저작권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IP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치열한 해외 시장에서 IP 권리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국의 특허청 공무원을 해외에 파견하여 현지에서 자국 기업이 겪는 분쟁 해결에 적극 뛰어드는 일본의 케이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들이 장마를 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처마 아래 머무르거나, 아예 구름을 뚫고 창공으로 나가는 방법이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숱한 역경과 고난을 뚫고 무역 1조 달러 달성,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나라가 아니던가? 두 가지 도전이 목전에 와 있는 지금 독창적인 IP를 통해 운외창천(雲外蒼天)할 때다.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