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와 함께 각종 사회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조성되고 있다. 당장 우리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의 폐쇄 결정만 해도 오래전부터 예상되었는데도 충격과 함께 갈등의 씨앗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하물며 원자력 에너지를 국가의 전략적 가치로서 강조해 온 관련 전문가들도 가슴앓이하는 심정이다.
21세기 우리의 삶과 과학기술이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원자력 에너지 정책과 같이 국가와 지역에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소외되면서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갈등의 밑바탕에는 그동안 현실세계의 기술적 영역에서 종종 모호하고 부정확한 자료, 불완전한 지식, 불확실한 확률 평가, 그리고 논쟁적 가치판단에 의존해 온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
정책결정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절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침묵하는 다수인 국민의 합의가 최대한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제도 마련이 필요하게 된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글로벌 트렌드 2030'에는 "새로운 통신 및 제조 기술의 광범위한 변화로 정부나 기업의 권한이나 권력이 줄어들고 중산층 개개인의 권한이 가장 중요한 사회 구성요소가 되며 리더십을 가진다"로 정의되는 메가트렌드인 '권력의 분산'을 소개하고 있다. 시민이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되니 지금 대한민국 정부야말로 미래 트렌드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시대정신으로 내건 우리 사회로서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변혁을 성공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2010년 다보스 포럼에서 강조했듯이 우리 사회도 다시 생각하고(Rethink), 다시 디자인하고(Redesign), 다시 만들어야(Rebuild)만 더 좋은 세상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원자력 발전, 4대강 사업, 사드 배치 등 사회현안도 기존 방식과 다른 시각과 방법론으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함께 끈기를 갖고 서로 경청하는 자세로 끊임없이 피드백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의견수렴의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리는 아량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인간은 대화하고 함께 협력하면 더욱 창의적으로 된다. 따라서 주변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의사소통이 되는 토론의 장이 자주 열려야 하며, 이를 선도할 리더십이 작동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불도저, 밀실, 일방향성, 끼리끼리 대변되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공개성, 투명성, 윤리의식을 동반한 리더십이 발휘되는 신뢰 사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도 역시 신뢰를 바탕으로 에너지 정책, 산업 정책, 산업 전환, 클라우드 기반 산업 환경 조성, 스마트 시티 건설 등의 기술정책을 잘 이해하면서 기획하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변화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의 방식인 콘센서스 회의, 시나리오 워크숍, 딥 다이얼로그 등과 같은 사회구성원이 참가하는 기술평가의 제도화는 물론이고 중재를 주도할 리더십 등의 개발과 발굴을 서둘러야겠다.
국내외 상거래에서 발생할 분쟁을 예방하고, 발생한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행위를 중재라고 한다. 최근의 원자력 발전과 같은 사안도 중재의 여부와 정도 등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고, 시민의 수용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 현안 내지는 미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 사안에 대해 중재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리더십을 제고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로버트 젬스키 수전 서먼의 미국 회사 연구에 따르면, 설비투자에 10%를 증액하면 생산성이 3% 증가하지만, 조직원 훈련에 10%를 증액하면 생산성이 8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정신이 ICT(정보통신기술)가 기반인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더라도 사회의 중심은 당연히 사람이다.
지역에서도 전체와 부분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잘 이해하는 체계적인 사고를 갖도록 하고, 창조적인 긴장으로 진정한 변화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리더십이 '슈퍼 리더십'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할 때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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