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육상 단거리 선수 우사인 볼트의 별명은 '라이트닝 볼트 (Lightning Bolt)'다. 말 그대로 번개같이 빠르다는 뜻이다. 100m 기록이 9초58로 그보다 빨리 뛰는 선수는 없다. 이러다 보니 호사가들은 종종 볼트가 땅 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이라는 치타와 겨룬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는 다소 객쩍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몇 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은 과학적 통계를 이용해 볼트와 치타 간 가상대결을 진행한 적이 있다. 출발선을 박차고 나가는 속도는 볼트가 치타보다 빨랐다. 하지만 가속도가 붙은 치타는 2초 정도가 지나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며 볼트를 추월했다. 볼트의 최고 속도가 시속 45㎞인데 비해 치타는 시속 120㎞이니 이 대결은 애초 설정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인간과 동물의 겨룸은 수영에서도 기획되고 있다. '수영황제'라는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와 백상아리와의 대결이다. 이 시합은 볼트의 사례와 달리 직접 자웅을 겨룬다. 펠프스는 왕성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정작 세계인들은 흥미로운 일회성 행사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상아리의 속도는 시속 40㎞다. 펠프스의 전성기 기록이 시속 9.7㎞니 결과는 누가 봐도 뻔할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가리는 100m 달리기는 1896년 제1회 올림픽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10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기록도 엄청나게 단축됐다. 1회 올림픽 우승자는 100m를 12초F에 뛰었다. 지금 같으면 웬만한 중학생 선수보다 못하다. 인간 한계라 불리던 10초대의 벽을 공식적으로 깨뜨린 최초의 선수는 미국의 짐 하인즈다.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9초95를 기록했다. 이제는 각종 대회에서 9초대가 아니라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시대가 됐다.

반면 우리나라 육상 100m는 늘 변방신세였다. 고 서말구 선수가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세운 10초34의 기록은 2010년 김국영 선수가 10초31로 이를 뛰어넘을 때까지 31년간 요지부동이었다. 김국영 선수는 지난 27일 또 일을 저질렀다. 그는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대회에서 10초07의 기록으로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전문가들은 김국영 선수의 노력 여하에 따라 9초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 100m 결선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일이 머지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