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이 지난 주말 개최한 '2017년 부산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지역 예술인의 열악한 상황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다양한 기업과 단체가 참여했다. 또 기업의 프로젝트에 동참해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펼치면서 고정 수입을 확보하려는 다수의 예술가들도 박람회를 찾았다. 기업과 예술인의 만남은 궁극적으로 '예술인 복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산문화재단의 이런 시도는 아주 바람직해 보인다.

창작에 몰두하는 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산시 조사에 따르면 지역 예술인의 70%가량이 연간 수입 500만 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별도의 직업이 없는 전업 예술인은 말 그대로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국민연금이나 고용·산재보험, 건강보험 미가입자도 수두룩했다. 이러다 보니 부산에서는 지난 5월 40대 초반의 젊은 민간 오케스트라 단원이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열린 부산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는 앞으로 새로운 문화복지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전국 단위로 시행 중인 사업의 경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올해 처음 열린 행사이다 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예술인의 기업 파견 기간이 5개월로 정해진 까닭에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대다수 참여 기업이 가시적 효과를 위해 미술 등과 같은 특정 분야만 선호하는 바람에 다른 장르 예술인들의 참여기회는 사실상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문화재단은 이번 박람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해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부산시도 최장 5개월로 한정된 인건비 지원을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창작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시의 희망도 물거품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