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상조 효과라고 불릴 만큼 경제에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BBQ 등 치킨업계가 가격을 올리려다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철회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것은 사실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이미 예정되었던 조사였는데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떨어져 이런 뉴스거리가 만들어졌다. 어쨌거나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재벌 4사의 최고위급을 불러 모았다. 이전부터 재벌 4사에 대하여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하였기에 재벌로서는 부담이 여간 되는 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조사하겠다는 의미이므로 당사자들로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이 간담회를 하자고 하니 흔쾌하게 응했다. 회동결과가 방송이나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만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무게감이 더욱 커지는 느낌이다.
왜 공정위가 이렇게 사회적으로 환대를 받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부의 수단은 공정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제를 보자.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양극화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소득분위별 실질구매력변화와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년간(2003~2016년) 소득 상위 20% 계층의 실질소득 증가액이 하위 20% 계층의 9배나 많았다. 즉 하위계층의 소득이 20만 원 증가할 때 상위계층은 179만 원 증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이 또한 복잡하지만 내가 공정위에 있을 때 목격한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이 협력사들로부터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서 이익을 다 가져간다는 수탈적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대기업이 매년 수익률 목표치를 설정하면 이 중에서 원가절감 목표 금액이 주어진다. 그러면 구매본부에서는 각 파트별로 금액이 할당되면 담당자들은 자기들이 맡은 협력사에 납품단가 인하율을 통보한다. 단가인하율이 합리적으로 계산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이 20% 넘으면 단가인하율이 10%, 이익률이 10%이면 7%, 이익률이 5%이면 2% 등으로 일률적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구매담당자가 각 회사에 통보하면 협력사는 방침에 대들다가는 물량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반발도 못 한다. 이런 관행이 지금은 없어졌을까?
전에는 대기업이 잘되면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먹고 살았다고 하는 "낙수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협력사들의 몫을 대기업이 가져간다는 "빨대효과"가 더 컸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양극화가 더욱 깊게 고착화되었던 것이다. 이 결과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파생된다. 이러한 수탈적 기업생태계를 그냥 두면 한국경제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구조를 놔두면 모두가 망하므로 정부가 개입하게 되었고, 그 첨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의 불법 경영 승계와 부당특혜, 어느 날 통행세가 신설된다. 재벌의 3세, 4세에게 일거리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한참 문제가 되는 불공정 하도급, 가맹사업, 대리점, 유통문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문제 등 복합적 문제가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기대하는 책임이 막중하다. 김상조 위원장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시장 안에서의 1차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장 밖에서의 재분재 정책, 즉 2차 분배정책만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공정거래위원장은 지금의 경제가 심각한 불공정 구조임을 알기에 이 분야에 정책을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도 불공정 거래로 인한 신고사건이 많다. 이런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곳에는 공정위의 적극적 대응이 있을 듯하니 불공정한 거래가 있었으면 자율적으로 빠르게 자진 시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일단 조사가 시작되면 5년은 고생한다. 왜냐하면 공정위의 조사 시작과 과징금부과 등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까지 소송을 해서 마무리하는데까지 5년이 소요된다. 더불어 불공정 거래를 당하는 당사자들은 이 시기를 잘 이용해서 억울한 일을 풀면 좋겠다. 신고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고를 잘해서 그간 쌓인 체증을 해소하면 좋겠다.
공정거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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