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야3당은 협치를 무시하고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킨 조치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과 야당 간에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야당 반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로써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으며 청와대와 야당의 대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새 정부 초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던 협치가 사실상 물건너가게 돼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강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런 의혹을 결정적 흠결로 보기 힘들다는 우호적 여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외교 일정이 촉박하고 여론이 우호적이라 해도 야당 의사를 무시한 임명 강행은 여러 다른 국정 현안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

청와대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1명의 사퇴면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고 야당은 날선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물론 인사청문회가 흥정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강 장관 임명 강행은 여야 갈등의 기폭제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지나치게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시스템이 자초한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여야 협치가 실종되면서 당장 추경 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등의 논의가 표류할 판이다. 시급한 현안 처리가 무작정 늦춰져서는 곤란하다. 결국 청와대가 부실한 인사 검증을 솔직히 시인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실마리가 풀린다. 야당 또한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인사 문제에 매달려 협치의 발도 못 떼볼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