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사직구장에 야구를 보러 간 일이 있었다. 홈 관중은 1루 쪽 응원석이 재미있다는데 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아는 사람들과 3루 쪽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경기 중 타자가 친 공을 야수가 잡지 못하는 실수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앞자리에서 경기를 보던 관중이 그것을 보고 흥분하여 실수를 한 선수에게 큰 소리로 남들이 듣기에도 심한 모진 말을 계속하였다. 자신이 응원하던 팀의 선수가 실수를 하였으니 관중의 입장에서 한두 마디 정도는 좋지 않은 표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으나 한참 동안 그러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일행이 그를 말리며 선수가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것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욕설을 할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하였고 야구에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나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자 욕설을 한 그 사람은 자신은 돈을 내고 야구를 보러 왔고 프로는 돈을 받고 경기를 하는 것이니 선수가 실수를 하면 자신은 실수를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비록 그 사람이 좀 심하게 말하였다고는 하지만 나도 뇌리를 스치며 번뜩 깨닫는 것이 있었다. 정당한 비용을 낸 사람은 그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 실수를 한 경우 이를 항의하거나 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와 관련하여 문자폭탄이 많이 온다고 난리다. 어떤 당은 문자폭탄에 대응하는 TF팀까지 구성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의사표출을 폭탄이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연 자기를 칭찬하는 문자가 그렇게 쏟아져도 문자폭탄이라며 비난하겠는가. 자기가 듣기 싫어하는 문자가 오면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다는 등의 말을 하고 흥분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문자가 오면 큰 힘이 되어 감사하다고 한다. 문자가 오는 것에 대하여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격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의 프로다. 그들이 정치 프로로 활동하는데 대가를 주는 사람은 국민이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활동한다.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이처럼 대가를 지급하고 정치를 바라보고 있기에 국민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에 대하여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좀 더 잘하라, 왜 그렇게 하고 있느냐며 관전평을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의견을 문자폭탄이라고 보내지 말라고 한다면 자기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는 듣기 싫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 국민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면 정치를 그만두면 될 일이다.
물론 근거도 없는 욕설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러한 것은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 근거도 없고 오로지 비방의 목적이거나 협박에 해당하여 범죄가 된다면 국회가 스스로 제정한 법률의 절차에 따라 이를 처리하면 된다. 국민이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문자폭탄 운운하는 발상 자체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잘못된 태도가 아닌가.
문자폭탄이 정말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 문자로써 이렇게 하는 것은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 잘못된 것이니 문자가 아닌 다른 이러이러한 방법이 있으니 그 방법을 사용해 달라며 국민에게 읍소하며 부탁하여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들은 국민이 그러한 문자를 보냈다는 것에 대하여 국민을 탓할 뿐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자신들은 잘하고 있는데 오로지 국민이 자신들을 욕보이기 위해서만 문자를 보낸다는 말투다. 과연 그럴까.
맹자의 이루장구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어진 마음을 돌이켜 반성해보고(愛人不親反其仁),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이켜 반성해보고(治人不治反其智), 남에게 예를 다했는데 답례하지 않으면 남을 공경하는 마음을 돌아보고 반성해 봐야 한다(禮人不答反其敬)'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어진 마음을 먼저 돌이켜 반성하였다거나 자기의 지혜를 돌이켜 보았다거나 자기의 공경하는 마음을 돌이켜 반성해 보았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수준 낮은 국민의 행동인 양 몰아붙이고 국민 탓만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여! 국민은 당신들보다 훨씬 똑똑하니 문자폭탄만 탓하지 말고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순서가 아니겠는가. 이도 저도 국민에게 야단맞는 게 싫다면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
변호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