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타임스의 W.H.러셀은 세계 최초의 종군기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크림전쟁에 종군하여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였다. 이 보도는 나이팅게일이 전쟁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고 적십자 설립을 이끌냈다. 1919년 토론토스타 기자로 그리스·터키전을 취재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와 같은 전쟁소설을 썼다. 영국 윈스턴 처칠도 보어전쟁에 파견된 종군기자였으며, 그의 아들 랜돌프 처칠 기자는 6·25전쟁 낙동강 전선에 종군했다.
6·25전쟁 때에도 각국의 많은 기자가 종군기자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헌신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기자들에게 많은 퓰리처상을 안기기도 하였다. UP통신의 잭 제임스 기자는 6·25전쟁 발발을 최초로 전 세계에 보도하였고, AP의 맥스 데스포 기자는 유엔군의 평양철수작전 때 폭파된 대동강 철교 위로 수많은 피란민이 기어 올라가 탈출하는 모습을 찍어 퓰리처상을 받았다. 특히 마거릿 히긴스는 한국 전쟁을 토대로 한 책을 저술하여 여성 종군기자로서 퓰리처상을 첫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950년 뉴욕 헤럴드트리뷴지의 동경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마거릿 히긴스는 6·25전쟁 발발 이틀 후인, 6월 27일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다. 이후 취재 기간의 대부분을 최전선에서 보내면서, 6·25전쟁의 참상과 더불어 국군의 용맹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통영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후, 한국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취재하며 그들의 용맹성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였다. 이때 그가 헤럴드 트리뷴 본사에 타전했던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표현은 지금도 대한민국 해병대의 용맹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애칭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히긴스는 한국전쟁을 토대로 르포르타주 'War in Korea(한국 출판 명 : 자유를 위한 희생)'를 저술하였으며 이 책을 통해 여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모 저널에서 원로 종군기자의 인터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종군기자라는 공식명칭이 처음 생긴 것은 6·25전쟁 바로 직전인 1949년이라고 한다. 당시 공비토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1949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에 걸쳐 10여 일간 태릉 육사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종군기자 수료증'을 수여한 후부터였다. 당시 종군기자들은 1949년부터 38선 전역에 걸쳐 산발적으로 일어난 북한군의 도발 사건인 개성 송악산전투 옹진전투 은파산전투 등에 종군했다고 한다.
6월 25일 북한군이 전면 남침하자 종군기자 훈련을 받은 기자들은 각 신문사로부터 현장 취재 지시를 받고 1차로 전선에 투입됐다. 그들은 전장의 생생한 모습을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각급 부대에 파견돼 목숨을 걸고 현장을 따라다녔다. 이동 중에 적의 기습을 받기도 했고 참호 속으로 적 포탄이 날아왔을 때는 병사들과 함께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생사를 가르는 현장에서 오감으로 느끼며 기사를 썼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종군기자 1기생은 20여 명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중에 국제신문 기자로서 김군서 씨와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6·25전쟁 이후 행방불명되었다는 이○○ 씨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1947년 창간한 국제신문이 종군기자를 파견한 경위는 잘 알지 못한다. 회사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로 보냈는지, 개인적으로 지원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막 신문사를 개업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현존하는 지방신문사에서 유일하게 종군기자를 파견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간 70주년을 맞이한 국제신문이 선배 기자들의 발자취를 기록에 남기는 작업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6·25 전쟁 이후 행방불명되었다는 대한민국 1기 종군기자 이 씨의 행적을 찾아보고, 위험한 취재 활동 속에서도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그의 희생정신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이다. 그 당시 종군기자를 파견한 국제신문사의 정신과 선배 종군기자의 희생을 되새기며 진실의 최전방에서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향후 70년을 기대한다. 6·25전쟁 당시 이곳은 위험하니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요청에 "이곳이 위험하지 않다면 내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던 여성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를 능가하는 기자정신이 국제신문 선배 종군기자에게도 있었음이 분명하다.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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