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북극 남극, 하늘 땅, 양극 음극 등등. 이와 같은 +, -의 관계는 전 우주에 수없이 많다. 남과 여는 모든 면에서 반대지만 조화로운 만남으로 가정을 이루어 자식을 낳아 후손을 남긴다. 북극과 남극, 즉 N극과 S극은 작은 막대자석뿐만 아니라 거대한 지구자기장을 형성해 지구 안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 양극과 음극에서는 전자의 움직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거시적인 극과 극의 관계는 아주 미시적인 곳에서도 존재한다. 그것은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인 원자 안의 구조이다. 모든 사물의 기본 물질인 각 원소는 그 중심에 반드시 + 성질을 가지는 양성자가 존재하고 이 주변은 반드시 - 극을 가지는 전자가 배위한다. 양성자의 수나, 전자의 수에 의해 모든 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각각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 -의 양성자-전자가 기본 구조이다. 여기에 양성자들이 있는 곳에서는 + 극도 - 극도 가지지 않으며 전체 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성자도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에 의해 자연상에 모든 원소는 원자번호 1번인 수소(H)부터 92번까지인 우라늄(U)이 존재한다.

이러한 양성자-전자에 의해 구성된 각각의 원자가 안정하게 모이게 되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질이 된다. 재료공학적으로 구분하면 통상 금속, 고분자, 세라믹으로 분류하게 된다.

금속과 세라믹은 앞서 극과 극의 성질을 가지는 다양한 자연의 현상처럼 상당히 모순적 관계를 맺고 있다. 금속은 기계적, 물리적 특성 등을 살펴보면 연성의 성질 즉 변형이 쉽게 일어나는 재료이다. 외부 응력을 받으면 휘게 되거나 구부러지게 된다. 전기가 잘 통하며 열전달도 잘 일어난다. 대체로 용융점, 즉 녹는점이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라 금속을 녹이는 주조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세라믹 재료는 이와 반대로 기계적으로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큰 외부 응력을 받으면 휘지 않고 바로 부서진다(깨진다). 전기가 통하지 않으며 열전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전기 절연체나 열 차단재로 사용된다. 세라믹은 용융온도가 2000도 이상이라 세라믹 소재는 용융시킬 수는 없고, 도자기처럼 가루(분말)로 모양을 만들고 고온에서 가열해 제품을 제조한다.

상반된 극과 극의 성질을 가지는 금속과 세라믹을 미시적으로 살펴보면 둘의 관계는 정말 오묘하다. 금속과 세라믹은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 금속은 대기 중의 산소, 질소 등과 반응한다. 예를 들면 알루미늄(Al)은 대기 중에 산소(O)와 반응해 안정한 알루미나(Al₂O₃)가 된다. 실리콘(Si)도 마찬가지로 산소와 반응하여 실리카(SiO₂)가 된다. 금속이 산소와 반응하는 것을 간단히 산화라 하고 이 반응이 일어나면 안전한 산화물이 되고 바로 세라믹이 된다.

알루미나는 포스코 등 제철회사의 용광로 고온 도가니 등에 사용되고, 실리카는 투명한 유리 재료의 주성분이 된다. 하지만 이들 세라믹에서 산소를 제거하게 되면 다시 금속이 된다. 이를 우리는 환원공정이라고 하는데, 금속은 광물로부터 환원공정을 통해 얻게 된다. 서로 다른 기계적, 물리적 성질 등을 가지는 금속과 세라믹은 원천적으로는 호환되는 아주 밀접한 관계이다.

금속과 세라믹의 특성을 잘 조화롭게 하면 우리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는 아주 유용한 복합재료가 된다. 대표적으로 집을 지을 때 혹은 건축물을 지을 때 적용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금속철근이 콘크리트(세라믹 성질을 가짐)와 조화롭게 구성돼 100년 이상 유지된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철강 소재도 순수한 철(Fe)에 세라믹 성질의 철탄화물(Fe₃C)의 복합재료이다. 비행기 소재로 사용되는 경량 알루미늄 소재도 강도와 내열성을 향상하기 위해 SiC 등의 세라믹으로 복합화해 사용한다.

자연의 모든 피조물은 마치 극과 극의 성분들을 조화롭게 구성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의 기본 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진보와 보수가 그 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와 보수도 결국은 물질의 기본 원소 안의 양성자와 전자와 같이, 금속과 세라믹의 조화처럼 양립해야 한다. 금속과 세라믹을 잘 조화롭게 하는 것은 필자와 같은 재료공학자들의 역할이지만, 진보와 보수를 얼마나 조화롭게 하는가는 바로 우리 전체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원히 극과 극이 존재하는 한.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