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해양수산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4년 만에 '바다의 날' 기념식(지난달 31일)에 참석해 "해양수산 하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업계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에서 해양수산 분야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은 새 정부가 앞으로 펼칠 정책 방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믿음 만큼 실망도 큰 것일까. 이번 청와대 직제 개편에서 이뤄진 '해양수산비서관 폐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참여정부에서도 해양수산비서관이 없었기 때문에 없어도 된다는 게 청와대 쪽에서 들려오는 해명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챙기기 때문에 해양수산비서관은 없어도 된다'는 말도 들린다. 과연 그럴까.

참여정부 때에는 해수부 장관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 분야를 챙겼고 해수부에서 일부 인력이 청와대에 파견을 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스템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없었다" "대통령이 챙긴다"며 해양수산비서관을 없앤 것은 궤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인식이다.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부 출범 때 해양수산부 기능 강화를 고려했다가 부처 개편까지는 하지 못하고 해양수산정책 강화를 위해 신설했던 창구였다. 해양수산비서관은 토목, 산업, 환경, 과학, 안전, 식량 등 전 부처 업무에 걸쳐 있는 해수부 업무를 효율적으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해양수산업계와 소통 창구역할도 했다.

국정 과제를 입안 중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 격인 자문위원 30명 가운데에서 해양수산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이었을까. 국정기획위에서 해양강국 비전, 동북아시아 해양수도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공개적인 언급들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국정기획위에 해양수산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대통령이 해양수산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자문위원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기획위와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해운업과 조선업의 몰락, 원양산업의 후퇴를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이 챙긴다'는 뜻은 국정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그 업무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관심만으로는 일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서울본부 정치부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