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제이(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단어 그대로다. 소득이 주도해 한국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그럼 이때 소득은 무엇인가. 바로 '가계소득'이다. 가계소득이 증가해 소비를 많이 하고 내수를 터뜨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의 성장모델은 '수출주도성장(론)'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더는 수출 대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가계소득이라는 새로운 '원톱'을 선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계소득을 최대한 빠르게,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데 올인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기-승-전-일자리(고용)'이다. 한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는 데 취업 잘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이때 임금이 오르면 더욱 좋고,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처럼 안정적이라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쉬웠다면 왜 진작 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문재인 경제팀은 먼저 공공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법정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을 목표로 치고 나간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성공한 후 훈풍을 민간영역으로 퍼지게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이 작업을 위해선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고, 이런 이유로 지금 10조 원이 넘는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이라는 칼을 먼저 빼 든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잠깐이라도 '한계'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절대 딴지를 걸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본격 '속도전'을 펼치기 전 상황 파악을 해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3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째는 소득주도성장의 당면과제인 '고용' 문제를 어떻게 민간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공부문은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은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정부에선 재벌 개혁이라던가,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는 정책 등으로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 같은데 자칫 민간섹터에서 바통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상황이 상당히 힘들어진다.
둘째는 소득주도성장론의 대전제에 대해 정면으로 공격한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들이 소비를 늘릴 것이다"라는 명제가 과연 맞느냐 하는 지적이다. 가령 재정을 통해 가계소득을 올려놓았는데, 소비를 하지 않고 가계부채를 갚는다든가 아니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그냥 저축을 해버릴 경우 소득주도성장은 여기서 멈춰버린다. 따라서 문재인 경제팀은 가계소득 증가 방법도 찾아야 하지만 동시에 가계가 소비를 하게 만드는 그 '트리거'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좌파 경제학자 쪽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왜 쿠션을 치면서 돌아가느냐?"고 토로한다. 양극화가 극대화된 현대경제에서는 가계가 돈을 쓰는 건 사회적 안정감이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잦아질 때라는 것. 그래서 차라리 직접적으로 강력한 복지제도와 사회보장 정책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세 번째 쟁점은 현재 정책이 너무나 봉급 생활자에 집중돼 있다는 데 있다. 이미 80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에 대해선 특별한 솔루션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비슷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소규모 중소기업들엔 인건비가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월급을 올려 줄 경우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정거래'에 대해 방점을 찍고 있다. 악덕 프랜차이즈 본사에 당해왔던 부분을 되찾아오고, 대기업 갑질에 빼앗겼던 정당 이윤을 찾을 경우 많은 것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치열한 혈투를 벌이던 2005~2007년 난 취재기자로 그 현장에 있었다. 당시 느꼈던 감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단 한 명의 투기세력도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그 진정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열성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 보여줬던 미숙함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개인적으로 문재인 경제팀에게 바라는 건 역설적으로 '여유'같은 거다. 칼을 휘두를 때는 포청천의 '개작두'처럼 적폐세력들이 벌벌 떨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대기업에 대해, 부동산에 대해, 금융시장에 대해 최고수의 프로처럼 드리블해줬으면 한다. 더 중요한 건 지나간 10년 동안 국민도 성숙했다는 점이다. 이런 국민의 84%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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