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세균성 식중독은 병원균 또는 병원균이 생산한 독소를 음식물로 섭취하면서 발생한다. 식중독을 흔히 위장염이라고도 하는데, 위(胃)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소장, 대장과 관련이 있으므로 장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미생물에 의한 대부분 식중독은 살아 있는 병원균을 섭취하면서 발생한다.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대장균 O157:H7이 대표적인 세균들이다.

살모넬라와 캄필로박터는 가축이나 가금류, 가금류의 알에 주로 존재한다. 이들을 불완전하게 조리하면 살아남은 균주가 증식하여 식중독을 일으킨다. 보통 음식이 천천히 식거나 상온에 보관될 때 일어난다. 또 균주는 다른 식품과의 교차 오염으로 인해서도 이동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닭을 잘랐던 도마에서 바로 샐러드에 사용할 채소를 자른다면 그 샐러드는 살모넬라 또는 캄필로박터로 오염될 수 있다.

대장균은 사람 대장의 정상균총에 속하며, 대부분 해롭지 않지만 몇몇 종류는 사람에게 병원성을 나타낸다. 가장 중요한 식중독 원인 대장균은 장관출혈성 대장균으로, 이 중에서도 대장균 O157:H7을 들 수 있다. 이때 'O157:H7'은 대장균이 가지고 있는 지질다당류와 편모 항원의 종류를 나타낸다. 대장균과 다른 그람 음성 세균들은 세포벽 외막의 지질다당류 부분에 O-항원이라고 부르는 항원성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운동성 기관인 편모에도 H-항원이 있다. 대장균 O157:H7은 1993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식중독 사태의 장본인이다. 그 원인은 어느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한 덜 익힌 햄버거 속의 패티로 밝혀졌다.

초기 오염은 육류의 표면에서 일어나므로 스테이크 같은 고깃덩어리의 표면을 고온에서 구우면 쉽게 그 균을 파괴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육류를 갈거나 다지는 것은 대장균 O157:H7을 식품 전체에 퍼뜨려 증식하게 한다. 따라서 이들을 죽일 만큼 충분한 열을 중심부까지 도달시켜 좀 더 철저하게 음식물을 익힘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식중독은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황색포도상구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과 같은 미생물이 식품에서 증식해 세포 외로 분비한 독소를 섭취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식품이 섭취되었을 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살아 있는 미생물이 아니라 독소이다.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는 토양, 하수 등의 자연계에 널리 분포한다. 건강한 사람의 30~50%가 코와 목에 이 세균을 보균하고 있으며, 15%는 특히 손에 보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는 냉장보관 되지 않은 햄과 같은 소금농도가 높은 식품에서도 자랄 수 있다. 크림이 많은 빵이나 과자류를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 더 잘 생장하는데, 그 이유는 재료를 요리할 때 대부분의 다른 경쟁 미생물들이 죽기 때문이다. 조리한 음식이 천천히 냉각되거나 상온에 방치된다면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는 생장하여 독소를 생산한다. 78도에서 1분 또는 64도에서 10분의 가열로 균주는 거의 죽지만 독소는 내열성이 강하여 100도에서 60분간 가열해야 파괴된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흙이나 해양퇴적물에서 흔히 존재하며 산소가 없는 혐기적인 환경에서만 생장하고 내생포자를 만든다. 이들이 식품으로 분비한 신경독소를 섭취하면 마비성 질병 즉,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한다. pH 4.6 이상의 산 함량이 낮은 식품을 통조림으로 만들거나 통조림 제조공정에서 부적절하게 열처리하면 식품을 적절히 열처리하여 가공했지만 나중에 다시 오염되었을 때 내생포자가 발아하거나 독소를 생산할 수 있다. 통조림 구입 시 녹슬었거나 움푹 들어가는 등 손상된 통조림은 피해야 하며, 내용물에서 비위생적인 냄새가 난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

식중독 대부분은 적당한 보관과 청결한 위생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오염된 식품이 팔리거나 소비되기 이전에 병원균을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미생물을 배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식품에 존재하는 많은 수의 경쟁 미생물들로 인해 식중독균을 찾아내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체를 이용하는 빠른 방법 혹은 DNA 탐침법 등 많은 병원균을 탐지하기 위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인제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