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호아킨 구스만은 마약 조직의 두목이다. 그가 세간에 널리 알려진 데는 신출귀몰한 탈옥 경력도 한몫을 했다. 구스만은 2001년 수감 중 빨래 바구니에 숨어서 외부로 빠져나간 뒤 10년 이상 도망다니다 2014년에 검거됐다. 그는 이듬해에는 1.5㎞ 길이의 굴을 파는 수법으로 또 한 번 탈옥에 성공했다. 이전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잡혔지만 심심하면 탈옥소식이 떠도는 바람에 멕시코 정부는 그 때마다 수감 중인 구스만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 법석을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탈옥범 이야기가 나오면 신창원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1997년 1월 부산교도소 화장실의 쇠창살을 끊어내고 달아난 이래 1999년 7월 검거될 때까지 908일 동안 경찰의 포위망을 피했다. 수사진은 연인원 97만 명을 동원해 전국의 은신 가능처 곳곳을 수색하고 수배전단만 463만여 장을 뿌렸다. 현상금 액수도 당시 단일 사건으로서는 최대인 5500만 원이나 됐다.

범죄자의 탈옥에는 대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부풀려져 따라붙게 마련. 누명을 벗고 복수를 하기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감방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탈옥은 오래전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가 됐다. 대표적인 게 영화 '빠삐용' '쇼생크 탈출' 등이다. 소설로는 우리나라에서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됐던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유명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탈옥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온갖 첨단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그런 마당에 최근에는 법무부가 더 강력한 감시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7월부터 안양교도소 등 3곳에는 무인비행기인 드론이 6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운용된다. 재소자들의 일과 시간은 물론이고 야간에도 상공을 떠돌며 감시활동을 계속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능이 좀 더 보완되면 이 장비가 앞으로 범죄조직이 드론을 이용해 외부에서 마약 등 금지 물품을 반입시키는 행위를 저지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재소자가 실외로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이 드론에 포착되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모양이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법무부도 오랫동안 법률 검토를 한 결과 실내는 드론의 감시대상이 아니어서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다. 어쨌거나 말 그대로 이제 '쇼생크 탈출'과 같은 일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시대가 된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