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과 관련해 "지금의 논란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야권의 직접 입장 표명 요구를 양해를 구하는 형식으로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양해를 구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아무리 인수위가 없다 하더라도 위장 전입 등 자신이 공약한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첫 인선에서부터 어긴 점은 그냥 넘기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후보자의 사례가 과거와는 다르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사과를 했다지만 대통령의 약속이었던 만큼 스스로 해명하는 게 마땅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소통과 협치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야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 협조하기로 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칫 대통령의 해명 방식을 꼬투리 잡아 과거와 같은 악순환만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국 주도권을 놓고 싸울 시기가 아니다. 국정 혼선을 최소화하려면 야당의 대승적 협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총리 인준이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사 검증에 세부 기준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만큼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또한 이 같은 원칙론에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니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새 정부 조각 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제에 여야는 모두가 수긍할 객관적인 검증 기준 마련에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