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보도되는 청와대 소식은 새롭고 다채롭다.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소통하고 국민에 헌신하고자 하는 자세에 많은 사람이 숨통이 틘다고 말한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으니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바람이 시작된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만족하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아직 실행되지 않았으나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 중 비판적 시각으로 심사숙고를 요하는 것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교육 정책의 방향이다. 이번 정권 교육정책의 핵심은 '교육제도의 단순화'이다. 대입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시전형을 간소화하여 내신이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는 정책들이다. 이 중 새로운 내용은 고교학점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학생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고교학점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생들이 직접 교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하도록 하여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공교육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내용이다. 모두가 획일적인 공부를 하느라 의욕도 없고 생기도 잃은 고등학교 현장에 학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대학들의 입시 전형에 도움이 되는 과목에 수강생이 몰리게 되면 결국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획일적인 교실이 될 수 있다. 학교마다 개설할 수 있는 과목의 수는 한정적일 텐데,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하는 기회의 평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교과 혹은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을 어떻게 공정하게 선별하는가의 문제도 숙고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교과목을 신설하고 수업 내용을 경쟁력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어떤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염려보다 우선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바로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와 철학에 대한 토론이다. 주입식 교육, 경쟁 체제, 대입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너무나 오래된 것이고, 이를 개선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커졌고, 이로 인해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는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경쟁은 극심해져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아이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 그들의 죽음은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교육하고 교육받는가?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 대한 고민 없이 현상적인 대책만으로는 결코 교육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

대선 당시 주요 5당 후보의 정책토론에서 "교육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오고 간 적이 있는데, 한 후보는 창의력 신장이라 답했고, 이에 다른 후보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라고 답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부분적인 성취일 수 있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방향으로써는 부족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교육은 한 인간이 존엄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삶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히며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이며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책임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 던지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배울 수 있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며, 나아가 더 선하고 아름다운 가능성을 창조하고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바꾸어야 할 제도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인간을 길러낼지 고민하는 일이다. 그다음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갖가지의 교육 정책과 제도와 수업 방법과 내용이 연구·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부에게 요청한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끊임없이 열어야 한다. 교육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관련 활동을 하는 모두를 초대하여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교육은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함께 뜨겁게 토론하자. 그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국가적 합의는 결국 교육의 변화를, 나아가 교육의 혁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교육이 행복을 위한 삶의 과정이 될 수 있는 교육혁명 말이다.

인디고잉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