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어제부터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국정 5개년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 201개를 100개로 통합, 분류해 국정계획에 넣겠다고 밝혔다. 공약을 100개만 남기는 게 아니라 분류의 문제라고는 했지만 새 정부의 국정 구상과 재원 등에 따라 공약이 통합 조정되거나 우선 순위가 바뀔 수도 있어 부산 등 지자체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로 경제 1·2분과에서 다뤄질 부산 관련 공약은 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부산해양특별시 설립(대통령 공약은 해양수도), 등록엑스포 유치, 김해공항 확장 등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부산시는 10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지만 상당수가 당시 문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물론 지역의 여러 요구사항이 모두 공약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나마 채택된 지역 관련 공약이 국정기획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역의 높은 관심에 부응해 지역 현안과 공약이 국정기획위에서 충분히 검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업무보고 방식을 볼 때 다소 의문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시·도별 현안과 146개 지역 공약을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가 지역 공약을 시·도로부터 직접 브리핑받은 것과도 대비된다. 국정기획위가 인수위가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공약이 부처 현안에 묻힐 수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제 개편에서 정책실장 산하에 균형발전비서관을 신설해 그간 줄곧 강조해 온 지역균형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 만큼 국정기획위에 쏠린 부정적 시선은 기우일 수도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국정계획에 잘 담아내야 한다. 아울러 국정기획위가 지역 공약 등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부산시는 물론 민주당 부산시당 또한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