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또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는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새롭게 발탁된 인물들의 경력과 그동안의 활동 등으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도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라 불리던 보수 성향의 김 석좌교수를 중용한 것은 경제문제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문 대통령의 사회통합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어제 김 경제부총리 등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른 시일 내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 사고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극화 해소 등을 바탕으로 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임 정권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게 분명해졌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청와대 정책실이다. 장 교수는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함께 줄곧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청와대 정책실이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재벌 개혁 추진에 한층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장 교수에 대해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를 내린 것은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새 정부 경제팀이 넘어야 할 산은 아주 높고 험하다. 수출과 투자실적이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지만 내수시장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일자리 창출 역시 말처럼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문 대통령과 새 경제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일 듯하다. 모든 힘을 다해 지금의 경제 위기를 넘어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