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강직한 사람은 남의 공박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은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견과 같으면 동조하지만, 소수의견일 땐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게 두려워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노엘레 노이만은 이를 '침묵의 나선(螺旋)'이라고 했다. 여론이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돌며 다수의견으로 쏠린다는 의미다.

다수의 그늘에서 벗어나 소수의견을 당당히 밝히려면 치열한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역사에서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조선 후기의 학자 박세당(1629~1703)이다. 그는 주저 '사변록(思辨錄)'에서 사서(대학·중용·논어·맹자)에 대한 주자의 주석을 비판하고 독자적인 해석을 제시하며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주자학에 반기를 들었다. 그 결과 그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관직이 삭탈되고 유배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그 정신은 실학파와 민족사학의 태두인 신채호에까지 면면이 이어져 자주적 근대의식 형성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수의견을 공식적으로 담아내는 곳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다. 헌재에서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이는 고 이영모 재판관(108건)이다. 2000년 헌재가 과외 금지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 혼자 합헌의견을 낸 게 그 하나다. "과외 허용은 학생보다는 과외 교사를 위한 것이어서 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외 금지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변정수 전 재판관도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유명하다. 1991년 사회보호법 합헌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이 특히 돋보인다. 사회보호법은 감옥살이를 한 범죄자를 다시 일정 기간 감호시설에 보내 이중처벌하는 악법으로 2005년 폐지됐다. 그는 당시 "청송감호소나 대용시설의 실태가 교육·개선보다는 피감호자를 영구히 치료될 수 없는 인간쓰레기로 보아 단순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자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김이수 재판관이 헌재소장에 지명됐다. 그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결정 때 유일하게 반대하는 등 진보적인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다양한 소수의견이 배제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가꾸는데 헌재는 어떤 기여를 할까. 비민주적 적폐를 노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헌재인지라 김 재판관 체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기대가 가득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