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심한 더위를 뜻하는 폭염(暴炎)이 무서운 건 인명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초래하는 기상재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1~2016년 온열질환자가 연평균 1059명 발생해 11명꼴로 사망했다. 지난해엔 온열질환자가 2125명, 사망자가 17명에 달했다. 유럽에선 2003년 여름 폭염으로 7만 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국민안전처가 범정부 폭염 대책을 내놓고, 온 국민이 기상청의 폭염 특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폭염 특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이어질 땐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일 땐 폭염경보로 나뉜다.
올해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19일 경남 합천 창녕 의령 밀양을 비롯해 대구, 경북 청도 고령 경산 영천 지역에 내려졌다. 지난해에도 같은 날 경기 일부 지역에 폭염 특보가 처음 발표됐으나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5월 30일로 한참 뒤였다. 어느덧 여름이 시작된 셈이다. 통상적인 여름은 6~8월이지만 24절기로 보면 입하(지난 5일), 천문학적으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6월 21일)부터다.
여름 하(夏)라는 한자가 더위 탓에 머리와 발을 모두 드러낸 모양, 또는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의 형상이라고 하니 더위는 여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쬐는 불볕더위,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이 무척 무더운 여름철 기운인 찜통더위, 가마솥을 달굴 때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이르는 가마솥더위…. 예로부터 이처럼 더위를 세분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폭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과 태백산맥이라는 지형적 영향, 지구 온난화로 설명할 수 있다. 폭염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여름 불청객이 오존이다. 오존은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자외선을 쬐면 일산화질소와 산소원자로 쪼개진다. 이 산소원자가 공기 중의 산소분자와 만나면 오존을 형성한다. 여름에는 자외선량이 많아서 오존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하지만 여름도 같은 여름, 더위도 같은 더위가 아니다. 초여름, 장마, 한여름, 늦여름을 거치는 성숙의 계절이다. 이 여름을 상징하는 명절이 단오(5월 30일), 수릿날이다.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夏扇冬曆·하선동력)이라 했던가. 부채 하나로 올여름에 맞서겠다는 결기를 세워봄이 어떨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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