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회동을 가졌다.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회동에서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개헌, 외교안보 현안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첫 만남인 만큼 특별한 의제를 가지고 진행되지 않았지만 당면한 국정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무엇보다 취임 며칠도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여기겠다는 뜻을 실행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우선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야당도 동의해 실무협의에 착수키로 한 것은 협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뜻깊다.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에 못 미치는 현 국회 상황에서 협치는 필수적이고 문 대통령 또한 취임 때부터 이를 줄곧 강조해왔다. 특히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현안과 관계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까지 참석할 수 있다고 한 데서 실질적인 협치를 이끌어내려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각당의 공통 대선 공약을 우선 추진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임기 초에 이를 마무리하겠다는 공약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물론 개헌의 절차나 내용 등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제 개헌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국회 개헌 특위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회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면 절대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의도가 없다"고 밝힌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바람직해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는 이외에 검찰·국정원·방송개혁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는 등 협치의 큰 틀에 뜻을 같이했다. 물론 향후 여러 논의 과정에서 다소의 삐걱거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여야 모두 협치의 기본정신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과거처럼 시늉만 하는 여당이 돼서는 안되겠지만 야당 또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협치는 이제서야 발을 뗐고 갈길이 멀다. 또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 새 정치의 모델을 보여줄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정치권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