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부산시장에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어느 여름날 부산에 시간당 1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의 누적 강수량은 금정구가 무려 242㎜를, 북구 222㎜, 기장이 187㎜를 기록했다. 기상 관측 이래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였다.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상황이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당일 새벽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시의 전 행정력을 동원해 시민 피해 최소화에 온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급히 현장으로 나가 상황을 챙겼다. 하지만 집중호우의 위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기장군에서는 내덕저수지 둑이 무너져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겼고, 장안읍 시장마을에서는 물이 주택가 처마 높이까지 차올랐다가 빠지면서 죽은 물고기가 곳곳에 뒹굴었다. 부산대 앞 온천천도 범람해 인근 상가 일대가 큰 피해를 보았다. 동래구 우장춘 지하차도에서는 차량이 토사에 파묻히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재산 피해액 945억 원, 인명 피해 4명, 68세대 200여 명의 이재민 발생, 순식간에 일어난 대혼란이었다.

'일자리 시장'인 동시에 '안전 지킴이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한 터였지만, 취임 초기부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부산의 도시 재난시스템 재구축과 시민안전 대책 마련은 민선 6기 부산시장이 우선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난이든 화재나 붕괴 같은 사회재난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전 예방이다.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평소 모든 시설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집중호우를 감당할 수 있는 도심 배수시설을 갖추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살피고 점검하는 것이 도시 안전을 위한 행정의 기본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전파하고 초기 대응을 철저히 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강원도 산불사태를 보더라도 초기 대응이 재난 상황을 장악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당하고 보니 우리 시는 애초부터 구축할 계획이었던 스마트 빅보드 도입을 예정보다 더 서두르게 되었다. 스마트 빅보드는 실시간 SNS를 비롯해 재난 상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빠르게 수집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 시스템이다.

우리 시는 집중호우 피해를 본 그해 하반기부터 스마트 빅보드 기반 구축에 바로 돌입해 이듬해에는 모든 구·군으로 확산시켰다. 지난해부터는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최고의 연구단과 협력해 강우, 산사태 등 분야별 재난에 대한 예측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가장 이른 시간 내에 대응시스템을 풀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다.

2015년 1월에는 시민안전실을 신설해 재난대응체계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컨트롤 타워도 구축했다. 지난해부터는 개별적으로 재난 상황을 전파하던 시스템들을 모두 하나로 통합해 원-클릭 재난전파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15일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올해의 재난관리평가(2016년 실적)에서 부산시가 전국 시·도 가운데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그간의 이런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행정력만으로는 재난관리와 대응에 한계가 있다. 지역자율방재단 같은 민간의 긴밀한 협력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시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안전지킴이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동네에 가까운 재난대피소는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동래구에 개관한 119 재난안전체험관 같은 곳을 방문해 유형별 재난에 대응하는 방법도 체득할 필요가 있다. 요즘 심폐소생술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위기 시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배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재난을 관리하는 입장에는 여름철 자연재난 집중 기간이 시작되는 시기여서 긴장이 된다. 기상청은 올여름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두 눈을 부릅떠야 할 시기다.

부산광역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