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 보이는 행보는 이전 정권과 확연히 다르다. 이른바 '삼철'로 불리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 취임식 날 한국을 떠났다. 그가 어디를 갔는지 수소문했더니 장기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가깝다. 부산 출신인 그는 지인에게 이 글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마침내 정권교체가 되고 제가 존경하는 노변, 문변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가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나. 영광이다. 저도 자유를 얻었다. 먼 길을 떠난다."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도 않았다. 더는 자기를 찾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 부산대 77학번인 그는 노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 같은 행보를 벌이다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경호실에 '체포'돼 청와대에 입성했다. 당시 미처 준비하지 못해 검은 비닐 봉지에 속옷을 챙겨갔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동참했던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남긴 메시지에서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겠다.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비서실장을 지낸 그가 외국에서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 그와 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양 전 비서관이 이민 갈 생각마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역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이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이 공직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우물을 판 사람이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게 우리 정서다. 누구도 이런 것에 크게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근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국민이 대통령의 측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국가가 제대로 되려면 측근이 옆에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공신이지만 대통령의 곁을 모두 떠났다. 쉽지 않은 결단이다. 이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또 오래 기억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3년 전 진도 앞바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두 선생의 이야기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순직 처리하지 않았다. 현행 법과 규정 때문에 도울 수 없다며 두 교사 아버지의 절규를 외면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6일 만인 15일 '스승의날'에 이들을 순직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고인이 된 김초원 선생의 생일은 4월 16일이다.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3년 전 생일이 제삿날이 돼 버렸다. 그녀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시신에는 생일 선물로 제자들에게 받은 목걸이와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 경남 거창에 있는 김 교사의 할머니는 김 교사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딸을 순직 처리하게 해 달라고 성대가 녹아내릴 정도로 울부짖었는데…. 이제 하늘에서 딸을 만나도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김 씨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기에, 우리가 감사받을 일이 아닙니다. 제도를 바꿔 정규직이든 기간제이든 공직수행 중 사고가 났을 때 꼭 순직 처리를 해야 합니다. 스승의날이라 마음이 얼마나 더 아프시겠습니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이었던 기간제 교사 이지혜 선생 역시 김초원 선생과 같이 학생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순직 처리가 안 된다고 하던 인사혁신처가 이제 태도를 바꿔 대통령 지시 대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국가인권위도 순직 인정 의견을 표명했던 이 사안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그동안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상시 공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법원이 기간제 교사도 교육 공무원이라는 '상식'을 인정한 마당에. 이 또한 오래 기억할 것이다.
디지털뉴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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